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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영 Apr 16. 2018

4.16 슬픈 기억의 날

1.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문을 두드리고 소리쳐도


아무런 대답 없이

물만 차 오는데


무서워요. 무서워요

소용없는 목소리만.


떠오르는 엄마 얼굴

떠오르는 아빠 얼굴


이젠 볼 수 없겠지.

주르르 흐르는 눈물.


2. 살아서 돌아와라. 아이야


공부하라고 왜 그랬을까

좀 더 함께 하지 못했을까


지친 아이를 학원으로 떠밀며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평생 함께할 줄 알았다.

대학가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자는 아이 억지로 깨워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학교로 보냈는데


이건 분명 꿈일 거야.

악몽에서 깨고 나면

이젠 정말 잘 해줄게.


제발 꿈에서 빨리 깨어라.

온몸에 힘이 빠진다.

울 힘조차 없다.


한 가닥 희망을 붙잡고

기도하는 마음이 타들어 가

가슴은 온통 시꺼멓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데,


이렇게 어이없이

죽을지도 모른다니.

제발 살아서 돌아와라.

아이야.


3. 방울토마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방울토마토 심은 데

방울토마토 나고

눈물 심은 데 눈물 난다.

방울방울

눈물 심어

눈물이 주렁주렁

방울토마토처럼 달렸다.


4. 멍들었습니다.


대한민국 부모의 가슴이

모두 멍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아이들의 가슴이

모두 멍들었습니다.


가슴이 멍들어 대한민국이 파랗습니다.

대한민국이 파란 슬픔에 젖어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노란 눈물에 젖어있습니다.

눈물이 비 되어 전국에 내렸습니다.


멍든 비가 전국에 내렸습니다.


5. 너를 데려간 것은 누구냐.


너를 보낼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너도 떠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나에게서

아무런 준비도 안 된

너를 데려간 것은 누구냐.


세상은 연노란색으로 물들어 따뜻하다.

따뜻함 속에 있는 내가

바닷속 추위 속에 있는 너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가슴을 태운다.


내 타는 가슴이 너의 추위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내 온 가슴을 다 태우리라.


네가 있는 바다는 온통 슬픔이다.

바닷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온통 나에게는 눈물방울이다.


슬픔에 타는 가슴.

슬픔에 불을 붙이면 분노가 된다.


바닷물이 온통 타고 있다.

너를 데려간 것은 도대체 누구냐.


6. 어느 엄마의 마음

-세월호 1주기 아침에-


저 벌이 내 아이가 아닐까

저 꽃이 내 아이가 아닐까


저 새로 돋아난 풀이

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강아지가

고양이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기 코끼리가

아기 다람쥐가

아기 염소가


길 가다가 보이는 풀숲의

벌레조차 내 아이가 아닐까


나를 보고 싶어서

꽃으로 벌레로 변해

나를 찾아온 것은 아닐까


금방이라도 “엄마”

하고 나를 부를 것만 같다.


꽃보고 벌레보고

“그래, 내 아가.”

소리치며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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