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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영 Nov 05. 2018

* 가을, 나이테가 생기는 계절

이야기가 있는 시 22    


* 가을, 나이테가 생기는 계절    


내 시를 떠받치고 온 한 축이 ‘아픔’이다. 그 아픈 뜨거움에 비를 맞았다. 비의 차가움으로 그 뜨거움을 식히려 했다. 그 아픈 뜨거움에 술을 마셨다. 술의 차가움으로 그 뜨거움을 식히려 했다. 하지만 나의 의도와는 반대로 비는 기름이 되어 더욱 불탔고, 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와 술은 내 아픔을 더욱 태우는 연료 역할을 했다. 내 시에서는 많은 아픔들이 굴러다닌다. 그러다 가을을 만났다. 나무의 나이테는 한 해마다 하나씩 늘어난다. 그냥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잎을 떨어 뜨려야 생긴다. 자신의 살점인 잎들을 떨어뜨리는 아픔을 겪고 난 뒤에야 하나의 나이테가 생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무의 살점을 떨어뜨리는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았을까? 온 몸에 피멍이 붉게 물든 나무를 보고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터뜨리는 것은 아닐까?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탓하지 말라.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단지 그 아픔을 한번쯤 헤아려보았으면 하는 의미이다. 나도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아픔을 많이 겪었다. 그리고 시를 적었다. 내 아픔의 시도 단풍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심장을 조각칼로 그으면 피가 동그랗게 따라 그려진다. 나의 아픔은 그런 아픔이었다.

시에 관한 감상을 적으면서 지난 아픔들과 맞딱뜨린다. 가슴이 부들부들 떨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면으로 과거의 아픔과 직면한다. 이런 내 모습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가을, 나이테가 생기는 계절.     


가을이 조각칼로 

나무의 가슴에 나이테를 그을 때 

흘리는 나무의 눈물,     

단풍은 아름답다. 

나무는 아픈데, 

사람들은 아름답다 말한다.    


가을이 내 가슴에 나이테를 새긴다. 

조각칼을 동그랗게 움직인다. 

조각칼을 따라 가슴 속에 

붉은 동그라미가 그려진다.     


아프다. 

내 얼굴에도 단풍이 흐른다.

내 시도 아픈데

사람들은 아름답다 말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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