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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 '조그만 웃음'이 생각나는 그림 전시

by 데일리아트
이순구《회복》전
옛 도화서 터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10월 3일부터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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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옛 도화서 터에 있는 갤러리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는 10월 기획으로 이순구 작가의 초대전 《회복》을 개최한다. 이순구 작가는 사람의 웃는 얼굴을 이미지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웃는 얼굴은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독특한 미술세계이다. 그의 작품 앞에서는 작가의 의도와 작품 해석에 많은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냥 본대로 느낀대로 감상하면 된다. 웃는 얼굴을 싫어하는 사람 없듯이 그의 작품을 보면 누구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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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각해 보자. 이순구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웃었던 것 럼 그렇게 크게 웃었던 적이 언제인가. 웃음을 잃은 사람은 곧 나의 모습이고 내 주변 이웃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무표정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힘들고 고단한 삶에 찌든 나의 모습이다. 나도 전에는 이렇게 웃지 않았던가. 웃음은 억지로 웃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웃음으로 삶을 회복시키는 힘이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을 《회복》으로 정한 이유라고 갤러리의 황순미 대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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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속 인물은 크게 입을 벌려 환하게 웃는다. 얼굴의 웃는 입이 절반을 차지한다. 웃음의 과장이다. 그러나 과장된 웃음은 작품앞에 선 이의 긍정적 감각을 크게 분출 킨다. 그 웃음은 풀, 나비, 새 등으로 함께 어울려져 순수함과 맑은 웃음의 감정을 극대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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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나태주 시인의 「조그만 웃음」이 생각난다.

너무 예쁘게 웃지 마라/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 네가 꽃이 된다// 너무 예쁘게 손짓하지 마라/ 그렇게 예쁘게 손짓하면/ 네가 새가 된다// 나는 네가 아주/ 꽃이 되는 것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 버리는 것보다// 이대로 내 앞에/ 있는것이 좋다/ 더 오래 더 예쁘게 조그맣게

나태주는 웃지 마라고 시에서 표현하지만 웃는 자가 너무 아름답기에 예뻐서 견딜 수 없다는 역설이 시에 나타난다. 그래서 나태주 시인의 시를 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순구는 나태주 시의 은유와는 다르게 직설적 조형 언어로 작품에서 표현한다. 이순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과한 해석과 의미보다는 담담하게 잃어버린 웃음의 의미를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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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글이 있다'는 오래된 명제가 그리운 요즘이다. 덕지덕지 붙은 화학 물질들, 또는 맘껏 욕심 부린 이미지 결합이나 기복적 부산물들, 그리고 자기만의 독특함으로 자아고백 되는 물감 덩어리의 처연한 희생물이 아니라, 물 속의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보여도 담백함이었으면 좋겠다.” - 이순구 「작가노트 」 중

올미아트스페이스는 미술, 공예, 조형예술 등을 망라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매월 선보인다. 갤러리 황순미 대표는 "다양한 분야의 프론티어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여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잊혀져 가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고자 한다" 고 밝혔다. 예술의 아름다움이 별것이 있겠는가? 작품을 보고 우리의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그의 작품을 보고 전시 제목처럼 회복과 힐링의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10월 3일 부터 31일까지 전시한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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