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은 버스였다.
나는 워낙 멀미가 심한 편이라 평소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학원에 다니면서 버스를 타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공황 증세가 처음 나타나기 전 날 까지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그저 잔잔한 멀미만 나타나는 정도였다.
그날은 학원 근처에서 큰 축제가 열려 길거리에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축제를 하는지도 몰랐던지라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가면서 당황스러움과 불편한 기분을 느꼈지만 아주 찰나였다.
버스를 타고 처음에는 평소와 같은 멀미가 올라오길래 창문을 열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점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더니 심장이 빠르게 뛰고 어지러움이 너무 심하게 나타나는 게 아닌가? 그때만 해도 나는 오늘따라 멀미가 심하네~ 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빈 공간으로 옮겨 창문을 전부 열고 바람을 맞는 방식으로 멀미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그런데도 증상이 가라앉기는커녕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는 기분이고 몸이 고꾸라지면서 토할 것 같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하차벨을 누르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왔다. 버스에서 내리고 조금 걷다 보니 증상이 사라져서 정말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 오늘 멀미 힘드네.라고 생각만 했었다.
이후 병원에 상담가는 날 이 날 일을 말해주니 의사 선생님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 이것저것 질문을 하더라.
평소에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냐, 사람 많은 곳에 갔을 때 보통 어떤 느낌이 드냐, 기차나 비행기 같은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경우엔 어떻게 하는지와 같은 질문들을 들으면서 나의 과거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지는 2년이 다 되어갔고, 사람 많은 곳에는 자칭 '사람멀미'라고 칭하며 메스꺼움과 안압이 올라가는 기분, 어지러움 증상이 나타나 웬만하면 피해 다녔고 기차나 비행기에서는 무조건 복도 쪽에 앉고 그대로 자버려서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대답하다 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저 공황이에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증세가 공황이라며 일단 좀 더 지켜보자 하셨다.
그렇게 내가 공황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2주 뒤에 진짜를 경험했다.
대중교통은 무서워져서 자차를 이용해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평소와 같은 똑같은 시간, 똑같이 막히는 퇴근길이었는데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지더라. 슬픈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차 안엔 힙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뭐지? 뭐지? 나 왜 울지? 하다 울음이 격해지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숨 쉬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점점 가슴이 조여 오는 기분이 들더니 그 느낌이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마지막은 머리에 쥐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 깨질 것처럼 아픈 게 아니라 누가 머리를 양 옆으로 누르고 있는 것 마냥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차를 멈추고 싶었는데 퇴근길이라 양보해 주는 차도 없었고 갓길에 댈 만한 위치도 아니어서 꾸역꾸역 참으며 운전을 했다. 근데 결국엔 구토까지 나오더라. 안 되겠다 싶어서 차에 있던 쓰레기봉투에 위액을 토하고 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운전 좀 대신해달라고 헬프를 쳤다.
운전석에서 내리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빙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집에 도착하고 잠시 누워있다 보니 점점 증상이 가라앉고 눈물도 멈춰서 금방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다음날 바로 병원에 가서 물어봤다. 이전에는 이런 경험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이런 일들이 나에게 생기는지 말이다.
결론적으로 들었던 이야기는, 나는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을 것이고 그 증세가 약해서 참고 넘겼을 확률이 높다. 내가 평소에 피하던 상황이나 하는 행동들을 보면 공황이 있는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생활 속 처방과 똑같다. 긴 시간 겪다 보니 나 스스로가 공황을 완화시키는 행동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그리고 증세를 몰라서 참고 넘겼던 때와는 달리 현재는 불안, 우울 등 모든 증세가 나타나고 있는 시기라 공황증상 또한 심해진 것 같다 하더라.
마치 손이 종이에 베였는지 몰랐다가 눈에 보이는 순간부터 아파오는 그런 상황인 걸까?
현재는 약도 바꿨고 평소에도 잔잔한 두근거림과 어지러움이 종종 나타나고는 있지만 참을 만은 하다. 오히려 내가 평소에 느꼈던 것들에 대한 명확한 명칭이 생겨버리니 과거의 나를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차 안에서의 큰 발작 이후로는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 사실 병명이 하나 더 추가된 것에 대해 살짝 멘탈이 나가버리는 바람에 글 쓰는 것도 손을 놓고 있었는데 다시 브런치도 열심히 쓸 것이다.
그럼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편안함을 얻기를 바라며, 다음 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