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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유코치 Aug 07. 2023

육아휴직? vs 퇴사? : 선택에 대한 이야기


결론: 나는 퇴사했다.


무모하다:

앞뒤를 깊이 헤아려 생각하는 분별력이나 지혜가 없다


과감하다:

머뭇거림이나 주저함이 없이 과단성을 지녀 용감하다


육아휴직? 퇴사? 내 선택 조건은!

1. 수입(소득)

2. 양육 태도

3. 육아 휴직 후 복직 가능?(불이익 없음?)

4.  육아 휴직에 대한 조직 경영인의 마인드 알아?

5. 아빠 혼자 놀기 가능하니?

6. 육아 + 마이 라이프 밸런 유지 가능하니?


2018년(37세) 5월 날씨가 미친 듯이 좋았던 봄날의 아침.


화장실에서 흘러나온 아내의 비명 소리 "악~~~"

놀란 마음에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무슨 일이야? 괜찮아?"

그때 아내 손에 들려있던 임신테스트기.


"오빠 두 줄인데, 그러길래 내가 콘돔 끼라고 했잖아"

"응???" 솔직히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응? 우와, (침묵) 우리 셋이 안아보자"


2019년 1월 태어날 우리 아이는 누가 키우나?

1. 나: 직장인,

2. 아내: 프리랜서,

3. 양가부모님: 직장인&자영업자.


'회사 때려치우고 싶은데, 내가 키운다고 할까?'

'회사 다니기 싫은데, 육아휴직하다가 그만둘까?'

'당연히 엄마가 키워야 하니 아내보고 일 그만두라 할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회사가 정말 싫었기에 일단 육아 휴직을 알아봤다.

"창사이래 남직원이 육아 휴직 신청은 처음일걸?"

선배의 말 안 되지만 말 되는 답변.


나: "형! 내가 육아 휴직 신청하면?"

선배: "야! 와이프한테 애 보라고 해"

나: "그렇지! 육아 휴직 안 되겠지?"

선배: "너 같음 해주겠냐?"

나: "그렇지 맞아. 나도 짠 밥이 있는데"


그리고 며칠 뒤


나: "나 육아 휴직은 안 되겠는데. 내가 회사 그만두고         애 키울까?"

아내: "오빠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응??? 뭐지? 뭐가 이렇게 쿨하고 빨라? 왜지?


"오빠가 그만둔다고? 회사 다녀야지", "이상한 소리 하고 있어" 등등의 부정적인 답변이 나올 것 같았기에 긍정적인 아내 태도에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기도하면서 준비해 보자"

역시 나와는 다른 큰 사람이다.


육아휴직? 퇴사? 선택 조건 파악하기

1. 수입(소득)

수입은 아내가 조금 더 높았다. 그런데 차이가 많이 나지 않기에 수입을 기준으로 양육자를 선택하는 것은 일단 패스


2. 양육 태도

양육 태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무조건 아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는 집돌이 가능, 아내는 집순이 불가능


3. 육아 휴직 후 복직 가능?(불이익 없음?)

아내는 전문직 프리랜서, 나는 직장인 사실 둘 다 불확실하기는 매한가지였다.


4. 육아 휴직에 대한 조직 경영인의 마인드 알아?

"남자가 애 키운다고? 하하하하하" 더 말 안 하겠다.


5. 아빠 혼자 놀기 가능한가?

혼자 카페 가고, 영화 보고, 밥 먹고 등등 혼자 있는 게 좋고 편하긴 하다.


6. 육아 + 마이 라이프 밸런 유지 가능한가?

육아 + 자기 계발 + 신체적, 정서적 건강 유지 하는 거 뭐 대수인가? 가능하지. 그게 뭐 어렵다고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2018년 12월 나는 퇴사를 했고, 5년째 양육자로 살고 있다.


육아휴직? 퇴사? 선택 조건 평가하기

1. 수입

굳이 평가를 해야 할까? 무조건 중요하다. 외벌이만으로 육아를 할 수 없다면 양육에 대해 도움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반드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나는 퇴사 후 전문 코치로 살면서 돈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과 착각을 했다. 울타리 밖에서 돈 벌기가 이렇게 어렵고 힘들 줄은 몰랐다. 정말 뭐 같아도 울타리가 좋기는 좋다.


2. 양육 태도

아~~~ 이건 정말 미치게 만드는 조건이다. 육아 책, 육아 방송에 나오는 양육자의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나에겐 불가능했다. 지금도 불가능하다. 셀 수 없이 화를 내는 나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미안함을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


3. 육아 후 복직

육아 휴직이 가능한 조직에 몸담고 있다면 아빠 육아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반드시 "육아 휴직 + 복직"의 공식을 지켜야 한다. "육아 휴직 + 퇴사" 음 이건 no, no


4. 육아 휴직에 대한 조직 경영인의 마인드 알아?

4번 조건은 철저히 내 개인적인 조건이게 때문에 평가는 안 하겠다.


5. 혼자 놀기 가능해?

혼자 놀고 싶다면 태어난 아이를 바로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면 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에 혼자 놀기 가능하다. 다만, 신생아 입학 가능 어린이집이 많지 않다는 것, 나처럼 집안일도 병행해야 한다면 혼자 놀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6. 퇴사 후 육아 + 마이 라이프 밸런스 유지 가능해?

나는 자유의지 박약인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육아 시작하고 알았다. 육아 전에는 "뭐 애 잘 때 하면 되지, 나중에 애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하면 되지" 이랬다. 그런데, 자유의지 박약인인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마음가짐이었다.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스스로 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 또 좌절을 맛봤다.


사실 6가지 조건은 퇴사 후 3년이 지났을 무렵 어느 깊은 밤을 혼자 보내던 중 만들게 되었다.  


퇴사 고민, 아빠 육아를 고민할 때 만들고,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를 했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닐 것 같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다, 어렵다로 정의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5년 전에 6가지 조건을 만들고, 평가했다면 육아 5년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살았을 것 같다.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미래를 준비할 수는 있지 않은가!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후회만 가득 찬 시간을 살기 싫다. 지금부터라도 고민하면서 철저히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야겠다.


육아 휴직? 퇴사? 고민 중이신가요?


육아휴직을 선택하든지, 퇴사를 선택하든지 반드시 선택의 이유와 조건을 미리 설정하는 건 어떨까?


그리고 선택에는 늘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나는 내 선택에 책임지는 삶을 살고 있나?

육아, 코칭, 알바 등 책임감 있게 하고 있는 게 맞겠지?

그렇겠지? 흠~


어떤 선택이든 결정과정에 조건을 잘 설정한 다면 책이임에 대한 걱정은 줄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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