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미국의 여러 국립 공원, 특히 유타나 아리조나 주의 크나큰 거대한 국립 공원을 다니다 보면, 도대체 그 어마어마한 캐년이나 산에 도로나 트레일 길들은 어떻게 언제 누가 구축한 것이며, 이 거대한 곳을 누가 탐험을 하여 이렇게 우리 같은 일반인이 다닐 수 있게 해 놓은 것인지 궁금함이 생길 것이다. 뭐, 궁금함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항상 이런 점이 궁금했다.
그래서 인지, 아이들을 위하여 쥬니어 레인저 프로그램 및 뱃지 ( Junior Ranger Program / Badge) 를 받는 것이 주요 목표여서 이기도 하나, 이런 과거 히스토리가 궁금해서 열심히 방문자 센터를 가서 사료들이나 정보들을 탐색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는데 마다 공통점을 몇 가지 발견을 하였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첫째는, 내놓으라고 하는 크나큰 국립 공원들의 대 부분은 1890년대 엘로우스톤 지정을 시작으로, 1920~1930년대 도로 가끔 씩 기차길 구축, 트레일 및 하이킹 코스 개발, 방문자 센터 구축, 랏지 같은 내부 호텔 건축 등 정비 사업을 크게 시작했다는 점이다. 두번 째는, 루즈벨트( Roosevelt)라는 미국의 대통령 이름을 많이 발견한다는 점이다. 노스 타코타 주에는 아예 이 대통령의 이름을 딴 국립 공원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참고로 이 곳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20대 청년 시절 이곳에 사냥을 하기 위해 왔다가 이곳의 풍광에 사로잡혀 이후 극진한 노력으로 탄생한 곳이라 한다. 물론, 존 무어라고 하는 사람이 더 등장하지만, 만만치 않게 루즈벨트 대통령도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보니 국립공원은 루즈벨트 대통령은 떼어서 생각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닌 것 같다.
미국인이라면 누구인지 확실히 알겠지만 우리는 이방인이기에, 여러 명의 루즈벨트라는 대통령 중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알 필요가 있다. 일단, 첫 번째 대통령은 시어도르 루즈벨트 (Theoore Roosevelt) 로 미국 최초의 국립 공원을 세운 사람이다. 아시아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편을 많이 들어줘서 한국의 역사를 기준으로 본다면 일제의 한반도 강점을 가속화 시킨 인물이기도 해서 한국에서는 인기가 전혀 없을 분이시나, 러일 전쟁을 종식시킨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는데, 미국인 중에서 최초이자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최초로 수상한 노벨상이라고 한다. 국립 공원 이외 미국 뉴욕 주 자연사 박물관 건립에도 전폭 지지를 보내 성사를 시킨 인물이기에,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에서도 이 시어도르 루즈벨트가 나온다 (참고로 로빈 윌리엄스가 맡은 역할). 두번 째 루즈벨트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많이 배웠던 미국 대공황을 극복시킨 뉴딜 정책의 장본인인 프랭클린 D 루즈벨트 (Franklin D Roosevelt) 로, 이 분의 부인인 엘리너 루즈벨트의 삼촌이 시어도로 루즈벨트라고 한다. 이래 보면 사돈 지간인데, 이들은 12촌 친척이기도 하도. 그런데, 이 분도 미국 국립공원에 있어서 중요한 분이신 것이, 1920년대 후반 대 공황기 시절,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세금을 이용해 대규모 실업자 구제 정책을 펼친 것으로 유명한데, 이 때 특히 일자리를 잃은 많은 젊은 청년들을 모아 국립 공원 정비하는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만들어냈다. 도로 건설하고 롯지 만들고, 나무를 심고 베고 등등 사실은 순전한 육체 노동인 노가다였을 것인 것이나, 당시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 사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일자리를 잃어 힘든 상황이나,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과 함께 숨 쉬면서, 일하고, 돈 벌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였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공공 근로이다. 그리고 대 공황기에 일감을 찾을 수 없던 예술가들에게 국립 공원 포스터를 그리는 일감을 정부가 주었다고 한다. 공원 내 비지터 센터에 가면 보이는 많은 포스터, 엽서, 책자 등등이 모두 이 당시에 만들어졌던 포스터를 기반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하니, 그 영향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두 루즈벨트 모두 미국 국립 공원의 역사와 함께 하니 재밌는 스토리이다.
(시어도르 루즈벨트와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
그런데, 자꾸 드는 생각은, 4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조선말기 및 일제치하에서 힘들게 살고 있었던 시기에, 역사도 상대적으로 짧은 미국에서, 게다가 당시에는 산업의 발달은 물론 열심히 금과 석유를 찾기 위해 미국 전역이 뒤 집하고, 특히 동부 지역, 있었던 시기였다 보니,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보고 국립공원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라고 하는 것이 신기하다. '그럴 마음과 정신의 여유가 있었단 말인가?'라는 의문도 들고. 이것 때문에 여러 블로그 글들이나 책들을 뒤적거리 게 되었는데 공통적인 표현들은 국가주의 (nationalism) 이였다. 원체 역사가 짧은 나라이기도 하지만, 미영 전쟁과 내전인 남북 전쟁 이후 전쟁 상흔을 수습하고 함께 같은 공동체로서 뭉칠 꺼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역사도 짧지, 딱히 혈연이라고 하는 것으로 묶기도 어려웠던 미국의 경우, 어머 어마한 자연이 준 선물을 소재로 미국의 역사를 만들어 가려고 했던 게 아닐까 나도 조심스럽게 동의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