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러 지역을 여행을 하다 보면, 나무 이름이 들어간 동네를 많이 발견을 하게 된다. 그냥 한 두 지역이면 신경 안 쓰고 , 인지도 못하고, 넘어 갔을 수 있을 텐데, 최근에 알래스카 및 캘리포니아 지역을 여행하면서 꽤 많은 도시의 이름에 나무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 영어 공부 삼아 한번 나열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난 나무 같은 식물 전문가는 아니니, 나무의 종, 특징, 뭐 등등 전문적인 지식은 기대를 하지 않으시길……
첫 번째는, 현재 살고 있는 샌디에고 지역 카멜밸리(Carmel Valley) 의 옆 동네의 경우, 토리파인 (Torrey Pines), 즉 토리소나무라고 불린다. 우리 나라 산에도 많은 소나무이기에 반갑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 보통 볼 수 있는 길쭉이 소나무들하고는 조금 달리, 더운 날씨에 있어서 그런지, 짤뚝하고 많이 못 자란 느낌이다. 뭐 흔한게 소나무 아닌가 싶지만, 여기 소나무 군락지를 주립공원 (Torrey Pine State Natural Reserve) 으로 까지 지정 관리하고 있는데, 주변 경관이 뛰어 나고 이쪽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소나무이기에 보호를 따로 받는 다고 한다. 참고로 가까운 곳에 PGA/LPGA 대회로 유명하고 바다방향을 보면서 골프를 칠 수 있는 토리파인골프코스 (Torrey Pine Golf Course)가 있다. 올 초에 여기서 Farmer Insurance PGA Golf대회가 열려서 가 보았는데, 세계 정상의 선수들이 샷을 집에서 10분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아무래도 매력적인 것 같다.
두 번째는, 예전에 다녔던 회사의 본사가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에 있는데, 나무 이름이라고 생각도 못했다가 이번에 여행하면서 지나가보니 왜 그렇게 부르는 지 알 것 같았다. 레드우드는 소나무 목으로, 이름 그대로 나이테가 있는 내부가 빨간색을 띄는 소나무로 보면 된다. 레드우드는 보통 85m정도까지 자라고 키가 큰 나무는 100m도 넘어갈 정도로 긴데 옆으로 보다는 위쪽으로 길쭉이다 보니 세계 최대 큰 나무라는 타이틀은 아쉽게도 세콰이어에게 넘겼지만 높이는 어마 어마 하다. 위키 같은 곳에 나온 정보에 따르면, 약 1억 5천만년전 레드우드는 북 아메리카 지역을 뒤덮고 있었는데, 기후 변화와 무분별한 벌목으로 서식지가 줄어 지금은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의 태평양 연안지역에서만 발견이 되어, 연안 레드우드 (Coast Redwood) 또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California Redwood) 라고 불린다 한다. 말이 100m이지 나무의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는 사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감이 안 오는데, 우리나라 아파트 30층 정도 높이가 120m 정도라고 하니 얼추 느낌은 올 것 같다. 키 큰 나무 하니 세콰이어를 빼 놓고 지나갈 수가 없다. 레드우드랑 같은 소나무과로 모양은 비슷하나, 세콰이어 나무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 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 산맥 고지대에서 만 자생하는 멸종위기의 거대한 나무로, 전라도 담양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메타세콰이어랑 사촌 관계라고 한다. 높이는 레드우드와 유사하고 지름 또한 10m까지 큰 것을 보았는데, 나이테가 있는 속 껍질이 불에 잘 타지 않기에 자연 발생이던 인의적 발생이던 발생한 산불들을 잘 견디면서 천 년 이상을 살아 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원체 길쭉이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보니 단단하지 않고 부실해서 목재 용으로는 안 쓰인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1800년대에는 불에 잘 안타고 하나를 벌목하면 뭐 집한 채를 짓고도 남는 양이 생기니, 벌목이 너무 많이 성행해서 지금의 멸종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콰이어 나무는 캘리포니아인들의 자랑인 요세미티 국립공원 (Yosemite National Park)이나 세콰이어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 과 거인숲 (Giant Forest) 그리고 옆에 붙어 있는 킹스캐년(King’s Canyon)의 Grant Grove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중인데, 세계 최대 나무는 셔먼장군(General Sherman)이라고 멋진 이름도 붙어 있다. 여름 방학과 맞물려 어마어마한 인파들이 몰려 공원 내 사람들이 많은데, 어마어마한 거인 들 사이 반지의 제왕 호빗 족같은 사람들이 보이는 곳, 한번 가 볼만 하다.
세 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자작나무 Birch 이름이 들어간 알래스카에 있는 버치우드이다. 어마어마한 눈과 얼음이 뒤덥힌 곳인 알래스카에 가면 자작나무를 많이 만날 수가 있는데 그래서 인지, 알래스카에는 버치가 들어가는 Creek, Lake, Street 등 그 이름을 여러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자작나무는 위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시베리아나 북유럽, 동아시아 북부, 북아메리카 북부 숲의 대표적인 식물인데, 하얗고 벗기면 종이처럼 벗겨지는 껍질을 가지고 있다. 목재가 원체 단단하고 곧기 때문에 여러 지역의 많은 민족이 영험한 나무라고 여기며 신성시 하였다고 한다. 자작나무는 냉대 기후에서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대전 이남에 심으면, 대부분 오래 가지 못하고 말라 죽는다고 한다. 수도권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보기 힘든데, 그나마 한반도 중부 지방에서는 살 수 있어서 가로수나 조경수로 심어 놓곤 했는데,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마저도 힘들 듯이 보인다. 참고로,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마법 빗자루 파이어볼트가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네 번째는 레이크 타호를 가기 위해 지나간 캘리포니아주의 프레스노(Fresno) 라고 하는 시에는 Cedar Tree Village 쇼핑몰도 있는데 주변 지역이 모두 Cedar Tree 뭐뭐 라는 식으로 이름들이 다 붙어 있다. Cedar는 잘못 들으면 체다로 들려서, 처음에는 체다치즈의 체다인 줄 알았는데 완전 발음도 뜻도 다르다. 이 Cedar Tree는 구글에 따르면 백향목이라고 해석이 되는데, 위엄 (Majesty), 힘(Power), 영화(Glory) 그리고 영원함(eternity)를 상징, 레바논을 대표하는 나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레바논 국기 중간에는 나무 그림이 있는데 이게 Cedar 나무였던 것이다. 참고로 레바논은 고대시대의 목재부국 페니키아의 후손이라고 한다. 솔로몬 왕의 궁전을 짖는데 사용도 되었고 구약 성서에도 많이 등장하는 백향목은 영어 성경에 Cedar 또는 Cedar of Lebanon으로도 나오는데, 이 백향목에 대한 해석이 좀 분분한 것으로 보인다. 삼나무과라는 주장도 있고 향기나는 측백나무라고도 해서 사실 어느 것으로 해석을 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름으로 보나 백향목의 가치는 향기다 보니 삼나무 보다는, 측백나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레바논 국기)
나무 관련 폭풍 검색을 하다 보니, 서울에 있는 동네에도 나무에서 유래한 이름을 가진 동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구로구 오류동은 오동나무와 버드나무가 많아 붙은 이름은 오류골에서 오류동이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 동네에는 (구) 철도청 자녀들이 서울 지역으로 와서 머물 수 있었던 철도기숙사가 있어서 한 3년간 거주 했었었다. 친근한 동네여서 첫 번째로 골라봤다.) 미국 오기 전 살았던 강동구의 옆 동네인 송파구에 있는 오금동의 경우, 거문고 재료인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나무 오(梧)에 거문고 금(琴)을 써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거문고를 만드는 장인들도 많이 살았을 것인데 그때의 오금골이 지금의 오금동이 되었다. 송파구 오금동의 경우 조선 후기에는 경기도 광주군 아래 있었다가, 성동구, 강남구, 강동구를 거쳐 지금의 송파구로 자리잡게 되었고 1985년 방이동에서 분리 신설된 동이라 한다. 오늘 알았다. 송파구가 88년도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그해 송파구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오금동 이야기 하다가 송파구로 마무리가 되어 버렸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많은 산업화와 개발로 더 이상 특정 나무가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은 많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나, 그럼에도 나무의 이름을 빌린 지역 이름들을 보면서,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상에서 삶을 살아 오고 있는 나무와 역사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은 미국이나 한국도 다를 바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