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중학교 2학년 딸아이가 소파에 앉아 있는 내게 물었다.
"엄마! 엄마 글 읽어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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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라는 하소연 할 수 있는 구석을 만나 연재란 핑계로 마음 기댈 곳에 비벼대고 있던 나의 삶의 낯이 부끄러워 아이들과 남편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글을 읽어보라고 권한 적이 없다. 가끔 아이들이 밤에 혼자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내게 물어오기는 했고 또 아주 가끔 한 두 개의 글을 읽어보기는 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늦은 저녁, 제 꼬깃하게 아껴둔 용돈으로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하루의 상으로 주는 큰 딸이 냉동실에서 옥동자를 꺼내 물고는 소파에 늘어져 앉아 있는 내게 큰 덩치를 강아지처럼 비비적대며 물었다. 덩치가 커져도 이제 15년 밖에 살지 않은, 아니 걸음마 떼고 14년, 기저귀 떼고 12년, 엄마 떨어져 학교 다닌 지 8년밖에 되지 않은 꼬맹이. 요즘 사춘기라 호르몬 발생을 정신력으로 제어하기 힘든지 종일 짜증이긴 하지만 이럴 때 보면 물어주고 싶은 아가다.
"응! 읽어 봐."
큰 녀석은 가장 최근의 브런치 스토리 글을 읽더니 이내 돌아앉아 내게 말했다.
"엄마 글 읽기 싫어!"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몰랐다. MZ 취향에 들지 못한 것인지, 진취적이지 못하고 덤덤히 써가는 나의 일기장이 불편했던 것인지, 문체랑 단락 사이의 간격이 눈에 거슬렸던 것인지. 독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내 멋대로 속 이야기를 한 오만함에 뾰로뚱한 것인지...
"왜?"
"엄마는 왜 그렇게 엄마를 안 좋게 대하는 거야? 슬퍼. 슬퍼서 읽기 싫어. 엄마는 그렇지 않으니까."
요즘 갱년기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는지 감정도 오락가락, 잠도 오지 않고, 체력도 떨어지고, 집안일을 보면 화가 솟구쳤다. 고된 하루에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고독한 감정이 밀려왔었다. 그래도 글을 쓰면서 깊숙한 외로움을 치료했고, 온라인 공간에 나와 같은 많은 이들의 글들을 읽으며 위안을 받았다.
이제야 알았다.
내가 나를 너무 못 살게 굴었었다는 것을...
난 내게 상당히 비겁했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내가 나를 사랑함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불굴의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