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의 지혜로운 선택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 온 그 때,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에 진출한 미국의 중심은 아직 대서양 동부에 있었다. 미국에게 바다가 있음은 누군가가 보기에 침략에 방어하기에 매우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일 수 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회담을 가졌을 때, 그는 "미국이 바다가 있는 것을 감사하라"라고 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밴스 부통령의 화를 돋우었다. 바다가 있음이 과연 감사할 일은 전쟁의 위협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최강 해군을 자랑했던 영국이 있는 유럽을 견제하는 것도 항공모함 수를 늘리며 급부상하는 중국이나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견제하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각 국의 국방에 대한 지략이 다를 뿐이다.
미국은 대서양 건너 유럽도 태평양 건너의 아시아도 모두 살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을 지켜야하는 미국이 군함을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시키려면 긴 아메리카 대륙의 지형의 특성상 북극이나 남극으로 둘러 갈 수 밖에 없었다. 상당한 거리와 막대한 비용으로 비효율적인 일이기에 아메리카 대륙 중앙의 잘록한 허리, 파나마 지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미국은 파나마 지협을 뚫어 배가 오고 갈 수 있도록 운하를 건설했다.
이 공사를 위해 콜롬비아에게 파나마 지협 사용권을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콜롬비아는 이를 거절했고, 미 정부는 파나마 지역에 살고 있는 토착세력을 부추겨 콜롬비아로부터 독립을 주장케 했다. 이때 미국은 군대를 파병하여 파나마의 독립을 도와 1903년 파나마는 콜롬비아로부터 분리되었다.
미국의 파나마 운하는 미국의 바람과 목적에 맞게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파나마 운하의 건설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주도했던 미국은 1999년까지 파나마 운하를 소유했었다. 지중해와 인도양의 수에즈 운하와 세계 양대 운하로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선박에 부과하는 파나마 운하 이용료를 면제하라고 한 이유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파나마는 지정학적 위치상 매우 중요하므로 1994년 자국의 군대를 아예 해산시켜 버리는 결단을 했다. 위치만으로도 밥 먹여 주는 곳이라 파나마를 그 어떤 나라가 침략하든 미국이 당연히 구하러 올 것임을 믿기에 가장 많은 국가 예산을 차지하는 군대유지비를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파나마는 미국을 전적으로 믿는다.
군대는 각 국가가 국방력을 유지하는 근간이며 믿음의 척도다. 그런데 파나마가 군대를 해산한 것은 국가의 믿음이 어디 있는지 보여주는 행위였다. 미국이 항상 우방이었음을 믿었던 유럽이 지금 군대를 재정비하고 있는 이유, 유럽이 프랑스의 핵우산으로 러시아에 대한 방어 전략을 다시 짜려고 들썩거리고 있고, 새 총리가 선출된 독일도 자국의 국방에 투자계획을 발표한 이유 모두 그들의 신뢰의 바탕이 어디에 있었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성경에서 다윗은 어떠했는가.
사무엘하 24장에서 다윗이 인구조사를 실시한다. 이에 군대장관 요압은 3절에서 '이 백성은 얼마든지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백배나 더하게 하사 내 주 왕의 눈으로 보게 하시기를 원하나이다 그런데 내 주 왕은 어찌하여 이런 일을 기뻐하시나이까'라고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조사를 재촉하였고 나라를 두루 다니며 아홉 달 스무날 만에 칼을 빼는 담대한 자가 80만 유다 사람 50만이라 보고 하였다.
후에 다윗은 자책하였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여호와의 진노로 온역이 이스라엘에 퍼져 죽은 자가 7만이었다. 인간은 연약하다. 늘 의지할 곳을 찾는다. 주 하나님께서 항상 함께 하셨던 다윗도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자국이 전쟁할 때, 칼을 쓸 수 있는 자가 얼마인지 수를 세었다. 역사상 위대한 왕, 하나님께서 마음이 합한 자라 칭하였던 다윗도 그러한데 평범한 우리 같은 인간들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얼마나 손바닥 뒤집듯 할까
요한계시록 9장 20절 '이 재앙에 죽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그 손으로 행하는 일을 회개치 아니하고 오히려 여러 귀신과 또는 보거나 듣거나 다니거나 하지 못하는 금, 은, 동과 목석의 우상에게 절하고 또 그 살인과 복술과 음행과 도적질을 회개치 아니하더라' 하였다.
'이 재앙'이란 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시작된 두 번째 '화'이다. 첫째 '화'시작 전, 일곱째 인을 떼실 때에 이미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서 땅에 쏟아지매 땅의 삼분의 일이 타고 수목의 삼분의 일도 탔다. 불붙는 큰 산 같은 것이 바다에 던지우매 바다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었고 바다 가운데 있는 피조물의 삼분의 일이 죽었다. 횃불같이 타는 큰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강들의 삼분의 일이 쑥이 되었다. 별들과 달의 삼분의 일이 침을 받아 어두워지고 낮도 없다. 그런데 이 상황은 첫째 '화'가 있기 전이다.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무저갱이 열리고 그 구멍에서 황충이 나와 이마에 하나님의 인을 맞지 아니한 사람들만 괴롭게 하는데 다섯 달 동안 괴롭게만 하고 죽이지는 못하게 하셨다. '그날에 사람들이 죽기를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죽고 싶으나 죽음이 저희를 피하리로다'라고 기록되었다.
이 쯤되면 생명이 코에 붙어 있는 게 기적일 정도의 대 재앙이다. 그런데 살아남은 걸 자랑치 못하게 하신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하실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속인 것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은 거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주를 찾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상황이 와도 주를 찾지 않는 자들만 남은 것이다. 목이 곧아 자신의 힘을 의지했던 자들의 말로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처참함이다.
전적으로 의지해야 함은 파나마가 작은 독립국이나 지정학적 위치상 어느 누구라도 차지하고 싶은 땅임을 인지하여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는 미국을 의지함과 같다. 자국의 군대를 해산하면서까지 미국에 신뢰를 보인 것은 연약해서가 아니라 현명했기 때문이다. 영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국가일수록 자국의 힘을 의지하는 것은 기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