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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림헌 Jul 19. 2024

#5, 집을 통째 뺏겼다

어른이 읽는 동화 같은 이야기

농부의 집에 다시 쥐가 나타났다.


아마도 자난번 놓쳤던 그 늙은 쥐와 다친 새끼 쥐인 듯하다

이미 힘도 없었고 그렇게 많은 쥐를 잡았으니

다시는 이 집으로 돌아 올 생각이 없었을 텐데

농부는 이상하다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것들이 어디서 나타났을까?

그렇게 단속을 하였는데,

구멍이란 구멍을 다 막았고

곳간벽도 새로 고쳐 튼튼히 하였는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시점 똑똑한 것은 쥐이니

쥐선생, 서 선생(鼠先生) 또는 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 칭하자.               


서 선생(鼠先生)은 눈이 어두운 분이라 멀리 보지도 못한다.

원래, 쥐가 근시다.

눈 맑지 않고 어두운 늙은 서 선생이 어떻게 다시 왔을까?

어떻게 또 찾아왔지 하고 농부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다


[노(老) 서 선생은 속으로 생각했다.

천만의 말씀 그건 주인장 생각이고]


우리는 후각이 엄청 발달하였거든

또한 잔꾀가 장난이 아니란 말이지          

너의 인간들 중 아무리 뛰어난 모사꾼(謀事君)이 있어도

우리 늙은 노사부는 못 따라 오지, 하였다          

이 집만큼 먹을거리가 많은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내 동족의 복수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어, 하였다

옛말에 이르기를

모사(謀事)는 재인(在人)이고,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 했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이 성사되는 것은 하늘에 달렸으니

노력을 하라는 말이다.


노사부는 다른 곳의 쥐들까지 몰고 나타난 것이다.

벽 뚫고 지붕 타고 올라가 지붕을 점령하고

다른 동네의 쥐들까지 몰고 온 것이다.

많은 노력을 한 것이다.


농부도 노력하고 머리를 굴렸다.

농부는 안 되겠다. 저놈들을 모조리 잡아야지

감히 나의 곳간을 또 탐내다니, 참으로 괘씸한 놈들이다.

이번은 반드시 한 놈도 놓치지 않고 다 잡을 것이야


농부는 이번에는 전과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고양이 한 마리를 구해 왔다.

집 마루 위에 줄을 메어 두고 이틀 정도를 굶겼다.

먹이를 조금씩 주며,


고양이는 배가 몹시 고팠다

허기져서 주인에게 밥 달라고 밤낮없이 울어 대었다.

주인 농부는 시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첫날은 쥐들이 고양이를 보고, 

기겁을 하였다.

정말 고양이 앞의 쥐들이었다

모두들 숨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혼비백산(魂飛魄散)하였다

고양이는 쥐들을 보자 자신이 기둥에 묶여있다는 것을 잊었다

쥐를 잡으려고 튀어나갔다.


아뿔싸, 고양이 녀석 

기둥에 매어 둔 줄에 목이 컥,

야옹하며 기겁을 하고 뒤로 나자빠진다.

쥐 잡으려다 

목 부러 질뻔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고양이를 묘선생(猫先生)이라 칭하자


묘선생이 마루 위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화가 나서 씩씩거린다.

먹잇감이 눈앞에 있는데 

잡을 수가 없다니,

분통이 터지고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다.


서 선생들이 가만히 보니 

묘선생이 목줄에 묶여있어 움직이지 못한다


서 선생들이 농부의 집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축하판을 벌렸다


마당에서 곳간으로 

다시 부엌으로 

벽을 타고 올라가 

묘선생 바로 위에 있는 들보에 올라앉아 

묘선생을 내려다보고 

찍찍거리며 비웃기까지 한다

어디 잡아 보시게 묘선생,


이제야 말로 서 선생을 

진정한 양상군자라고 칭해야 옳다


주인이 돌아와 보니 묘선생은 분에 못 이겨 씩씩거리고

서 선생들은 양상군자가 되어 들보에 오르고 온 집을 타며

농부의 집을 개판, 아니 쥐판을 벌려놓았다.


그날 저녁 주인은 또 묘선생에게 약간의 먹이만 주고

줄을 풀지 않았다.


묘선생은 분이 치밀어 올라 

매우 언짢고 사납고 섬뜩한 눈빛으로

주인을 노려보았다.


멍청한 주인 놈 하며.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것 같고.

눈알이 붉게 충혈되어 튀어나올 듯한 것이

총알을 쏠 듯한 눈이 되었다.

잔뜩 독이 올랐다


다음날, 

주인은 묘선생을 풀어놓았다.

묘선생은 줄을 풀자마자 튀어 나가

서 선생들 사냥을 시작하였다.

양상군자 사냥을 시작한 것이다.


한 두어 마리의 양상군자를 잡기는 했다.

어림없다.

묘선생이 아무리 독기가 올랐어도

묘선생은 혼자다.

서 선생 즉 양상군자들은 떼거지다.


저 언젠가 전쟁 때, 

그때가 대충 70년도 더 된 것 같다.

인해전술에 못당했 듯이 서해전술(鼠海戰術)에는 못 당한다.


우리가 잘 아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

<피리 부는 남자> 도 있고

영국작가 로알드 달이 썼다는 <쥐잡이 사나이>도 있다

그 외에도 중세의 <페스트> 인가도 있다.

서 선생들이 발현하면 쑥대밭이 된다.

묘선생 한분 vs 서 선생 떼거지

게임 끝이다.     


주인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묘선생을 몇 마리 더 구하여 풀었다.

그래도 안되었다.


주인이 나가고 없는 어느 한가한 시간에 

서 선생들과 묘선생들이 쫓고 쫓기는 싸움판이 벌어졌다.

그 유명한 톰과 제리에서도 제리가 이겼다.


이 집 마당도 역시 마찬가지다. 판세는 서 선생이 잡았다.

늙은 서 선생이 묘선생에게 제의를 한다. 협상하자고, 


노 서 선생과 첫 입주하였던 묘선생과 협상을 하였다.

먼저 나이 든 서 선생이 운을 떼었다.


우리 이럴게 아니라 함께 삽시다. 

우리끼리 싸워 받자 주인만 좋지,

사는 게 뭐 대수입니까.

적당히 싸우는 척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묘선생이 가만히 들어 보니 옳은 말이다.

역시 노사부의 머리는 당할 재간이 없다


묘선생이 노사부에게 말했다.


그럼 저 인간 주인은 어찌하면 좋겠소, 하고 물었다

노사부가 잠깐 생각하더니 '안'을 내어 놓는다


우리가 적당히 구역도 나누고 

먹이도 조금 나누고 하여 주인 먹을 것을 남겨 주면 되지 않겠소     


인간들은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생각이란 게 없다오

우리가 적당히 조리를 잘하면 그것이 공생이오

이 아니 좋겠소.


바로 여기가 천국이고 극락이라오

주인이 부지런히 일하여 곳간도 채우고      


모든 것이 풍성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고

우리는 주인이 살 수 있도록만 해주고

함께 삽시다. 평등하게 인간도 우리도,     


묘선생은 노사부의 말에 넘어갔다.

그럽시다. 역시 서 선생은 대단하십니다.

적당히 아웅다웅하면 우리가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할 테니,


흠, Good, Good입니다.

참으로 참신한 아이디어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저 인간 주인과 함께 사는 것이군요.

주인이 다른 맘먹지 않도록 편하게 해 줍시다.

하고는 노사부와 묘선생은 하이파이브를 하고 

각자 위치로 돌아갔다.


그 집은 어쨌든 오래도록 주인은 열심히 일하고

쥐와 고양이는 화목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 

적당히 싸우는 척도 하며,


주인은 곳간 지키려고 한 것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되었다.


세상에 없는 즐겁고 행복한 주인장 농부의 집이다.

모두 행복하게 한집에서  오래도록 잘 살았다.

싸우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


P/S 비위 약하신 분들 조심해 주세요.

나쁜 상상하지 마시고 풍자고 해학입니다.

언짢으시면, 라따뚜이나 톰과 제리를 상상해 주세요.

 #곳간 #행복한 집 #협상 #화해 #들보 #서선생  #묘선생  #양상군자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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