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에게 바친 자리
우리는 달님에게 빌고 또 빌었다.
엄마 뱃속의 아기가 반드시 아들이어야 한다고.
장애가 있는 오빠를 대신해 우리 집을 일으켜 세울 늠름한 남동생이어야 한다고.
언니들의 손을 잡고 옥상으로 올라가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빌었던 그 기도는, 사실 막내인 내 자리를 스스로 파내는 일인 줄도 모르고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빌었다.
엄마의 산통이 시작되고 집 안에 산파의 바쁜 발소리가 울려 퍼질 때, 나는 핑크색 토끼 핸드백의 복슬복슬한 털을 만지며 옥상 위 달님을 올려다보았다.
"달님, 제발 아들이게 해 주세요."
마침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아빠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들이었다.
기도가 이루어진 기쁨도 잠시, 그날 밤부터 나의 세계는 변했다.
언제나 엄마의 팔베개를 베고 자던 나의 명당은 갓 태어난 남동생에게 넘어갔다. 나는 밀려나듯 엄마의 발치로 내려갔다.
캄캄한 밤, 천장을 보고 누워 있으면 무서운 상상이 피어올랐다. 거대한 헬리콥터를 탄 외계인들이 나를 잡으러 올 것만 같았다.
나는 엄마의 차가운 발목을 두 손으로 꼭 껴안았다.
'외계인이 나를 잡아갈 때, 혼자 가면 너무 무서우니까 엄마도 같이 데려가야지.'
그건 엄마를 사랑해서라기보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던 네 살짜리의 처절한 생존 본능이었다. 발목이라도 붙잡아야 엄마와 연결될 수 있다는 그 믿음.
달님에게 아들을 빌어준 대가로 나는 엄마의 얼굴 대신 발을 안고 잠드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 기록이 닿았다면, 저장·공유로 응원해 주세요”
#숨구멍 #글로숨쉬기 #에세이 #자전에세이 #삶의기록 #미성숙의기록 #감정의언어 #버텨온날들 #숨트멍 #숨고르기 #물숨 #말하자면 #불행한가족사 #가족 #숨막힘 #숨막히는현실 #시선 #기억의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