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삼키는 밤
남동생이 태어나기 전, 나의 안식처는 엄마의 젖가슴이 아니라 엄마의 머리카락이었다.
밤마다 엄마의 머리카락 한 줌을 입에 물고 짭조름한 엄마의 냄새를 맡아야 나는 비로소 안개처럼 내려앉는 잠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러나 동생이 태어난 뒤, 엄마의 품은 동생의 입에 물린 젖덩이가 차지했다.
나는 밀려나 엄마의 발치에 누웠다.
몸은 작았지만 몸이 기억하는 습관은 집요했다. 엄마의 발목을 껴안고 잠들면서도 입 안이 허전해 헛구역질을 하던 밤들. 나는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찾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뒤,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 기이한 기적이 찾아왔다.
잠결의 첫아이가 내 머리카락을 제 입속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잘근잘근 잘게 씹히는 머리카락의 소리, 아이의 고른 숨.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옆에서 젖을 빠는 둘째를 바라보던 순간, 나는 문득 서른 해 전의 어느 밤을 떠올렸다.
옥상 위에 걸려 있던 달 하나.
‘아,
우리 엄마도 이랬겠구나.’
한쪽에는 젖을 물리고, 한쪽에는 발치에 누운 막내딸의 온기까지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그 고단한 사랑.
아이의 입에 물린 내 머리카락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잇는 조용한 탯줄 같았다.
나는 아이의 입에서 머리카락을 빼내는 대신, 조금 더 깊숙이 내 머리를 내어주었다.
내가 엄마에게서 받지 못해 오래 서러웠던 그 자리를, 내 아이에게는 기꺼이 전부 내어주겠다는 말 없는 다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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