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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 2촌(4도 3촌)

10. 촌집의 겨울

by Lydia young

올 겨울엔 눈이 자주 내려 촌집에 자주 오지 못했습니다.


작년 겨울, 눈이 오는 날 저는 촌집 앞 비탈길에서 미끄러지면서 넘어졌습니다.

살짝 미끄러져서 손으로 바닥을 짚고 툴툴 털고 일어났는데 손목이 너무 아팠습니다.

옷을 걷어 올리고 손목을 보니 금방 부어올라 있었습니다.

남편은 놀라서 "조심하지 뭐 하는 거야?" 하며 화를 내는 겁니다.

다치고 싶어 다친 것도 아닌데 화를 내는 남편에게, “다친 건 난데 왜 화를 내요?”하니 남편이 제가 다친 게 속상해서 화를 냈다고 합니다. 사랑이라 생각해야겠죠? 하하하

골절이 되어 한 달 동안 깁스를 하고 있어 가족들이 고생을 했습니다.

올 겨울 남편은 눈이 온다는 소식만 있으면 주말 촌집 가는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유독 올해 눈이 많이 와서 자주 못 왔습니다.

촌집에 설치해 놓은 CCTV로 마당을 가끔 보기만 했습니다.


남편이 퇴근하고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촌집에 왔습니다.

‘챙’하는 차가운 공기에 얼굴이 시리지만 맑은 공기가 기분을 좋게 합니다.

눈이 쌓여 대문이 열리지 않아 대문을 조금 밀어 안으로 들어가 눈 치울 도구를 가지고 나옵니다.

남편과 오랜만에 촌집에 동행한 작은딸이 대문 앞 눈을 치웁니다.

겨울 촌집 마당에 하얗게 쌓인 눈을 사각사각 밟으며 들어갑니다.

조용한 까만 하늘에 별만 반짝입니다.

코끝이 시리지만 한참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겨울 하늘 별구경을 실컷 해 봅니다.

겨울밤 촌집의 하늘이 예쁩니다.


아침이 되니 하얀 눈으로 덮인 마당이 눈이 부십니다.

철 지난 밭에 소복이 쌓인 눈이 포근해 보이기도 합니다.

쌓인 눈 밑 땅속에서는 봄기운이 꿈틀거리고 있겠죠.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한가로운 촌집의 겨울을 맘껏 즐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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