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낸 시간이 주는 선물
이른 아침, 산책을 나섰다.
비가 갠 뒤라서 그런지 공기가 맑고 깨끗했다.
야산을 한 바퀴 돌고 들어오려던 참에, 유난히 짙게 스며드는 흙냄새와 나무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그때 문득, 어느 시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글을 쓰다 잠시 마당으로 나가니,
소나무 향이 유난히 진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우리 집에 소나무가 있었던가?’ 하며 둘러보던 시인은
밤새 천둥과 비바람에 부러진 가지 하나를 발견했다.
그 가지를 치우는 동안 향은 더 진해졌다고 한다.
그는 말했다.
“나무는 상처가 나면 저렇게 향기를 내는구나.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마음이 다치고, 그 상처가 잘 아물었을 때,
그때 비로소 그 사람에게서 마음의 향기가 나더라.”
그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돌이켜보면 사람에게도 각자의 향기가 있다.
누군가는 따뜻한 나무향 같고,
누군가는 조용한 풀잎 향처럼 느껴진다.
그 향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에서 배어 나오는 것 같다.
상처와 회복을 거치며,
삶이 천천히 다듬어질 때 비로소 피어나는 향기.
오늘 아침,
나 또한 내 안의 향기를 떠올려 본다.
혹시 그 향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히 스며드는 날이 올까,
그런 마음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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