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솜뭉치
평온을 가져다준 뜻밖의 손님
해병대를 전역한 아들이 공원을 산책하던 중 내게 전화를 했다. "엄마, 나 고양이 데려가도 될까? 자꾸 따라오는데... 키우고 싶어." 뜬금없는 전화에 안된다고 했지만, 아들은 자꾸 따라온다며 데려가고 싶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하고 우리 집에 온 고양이를 맞이해 주었다. 그 길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주사를 맞히고, 생후 8개월쯤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름을 '아재'로 지어주었다.
목욕을 시킨 후 아들 방에서 생활을 시작한 아재는 사람을 잘 따르고 무척이나 좋아했다.
3개월쯤 지난 어느 날, 아들이 회사에서 다시 전화를 했다. "엄마, 새끼 고양이인데 한 마리 더 데리고 갈게.
사무실 벽 사이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 119에 신고했는데 새끼 고양이 3마리가 있었다고 한다. 모두 다 데려갔는데 다음 날 또 고양이 소리가 들려서 보았더니 한 마리가 더 있었고, 119에 전화했더니 10일 동안 분양이 안되면 안락사를 시킨다는 말을 하더란다. 도저히 보낼 수 없다는 말에 나는 결국 허락했다.
"그래, 어차피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두 마리는 안 되겠냐. 데려와." 그렇게 우리 식구가 둘이 늘었다. 태어난 지 1달도 안 된 어린 녀석이라 '꼬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모두 아들이 지어준 이름이고, 둘 다 그날부터 아들 방에서 함께 지냈다.
사랑이 담긴 관심의 확장
처음에는 딸이 질색을 하며 고양이들을 방 밖으로 절대 못 나오게 하라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그러던 딸이 아재와 꼬방 이를 예쁘다고 만지고 함께 놀아주게 되었고, 그렇게 두 녀석이 완전한 우리 가족이 되었다.
밥을 챙겨주고 화장실 치워주는 것은 모두 아들이 했지만, 어느 날부터 그 모든 일이 슬그머니 나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아들이 바쁘다는 이유였다. 처음에는 귀찮고 짜증이 났지만, 녀석들의 재롱에 웃게 되었고, 같이 놀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정도 귀찮은 것은 모두 감수하게 되었다.
그들은 정말 말썽꾸러기들이다. 소파를 뜯어놓고, 벽의 몰딩을 발톱으로 긁고, 구석구석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벽지를 뜯어놓고 가구를 망가뜨리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다가도 귀여운 모습을 보면 웃을 수밖에 없다.
앞서 나는 '사랑이 담긴 관심'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재와 꼬방 이를 돌보는 일은 곧 그 관심을 실천하는 연습이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힘들 때도, 이 녀석들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함께 지낸 것이 어느덧 8년이 된 것 같다. 내가 움직이는 모든 것을 주시하고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고 같이 있기를 원하는 아재와 꼬방이는,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오로지 나만을 기다리고 바라본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쉼표가 주는 평온함
잔잔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아재와 꼬방이 가 참 사랑스럽다. 꼬방이는 자신이 불쌍해 보이면 더 관심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아는 것 같기도 하다. 영악한 모습으로 얄밉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런들 어떠랴. 나를 웃게 해 주고 변함없는 그 마음을 보여주는 그저 사랑스러운 녀석들이다.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주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해주는 녀석들처럼, 나도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평온함과 쉰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아재와 꼬방이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쉼표를 찍으며 여유로움 속에 웃는다.
이 평온함이 때로는 격한 삶에 묻어 잊고 있던 아픔을 잠시 잊게 해주고, 다시 나아갈 힘을 준다는 것을 안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내고 행복해야 할 이유를 내게 상기시켜주는 녀석들처럼,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그 아픔의 시간을 따뜻한 기억으로 품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