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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숙 Oct 22. 2023

아재와 꼬방이

귀여운 솜뭉치

해병대를 전역한 아들이 공원을 산책 중에 전화를 했다. "엄마, 나 고양이 데려가도 될까? 자꾸 따라오는데.. 키우고 싶어." 느닷없는 전화에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자꾸 따라온다며 데려가고 싶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하고 우리 집에 온 고양이를 맞이해 주었다. 그 길로 아들은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받고 주사를 맞히고 생후 8개월쯤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름을 '아재'로 지어 주었다. 목욕을 시킨 후 아들방에서 생활을 시작한 아재는 사람을 잘 따르고 무척이나 좋아했다.


3개월쯤 지나 아들이 회사에서 전화를 했다. "엄마, 새끼 고양이인데 한 마리 데리고 갈게." 사무실 벽 사이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서 119에 신고했는데 벽을 깨보니 새끼 고양이 3마리가 있더란다. 모두 다 데라고 갔는데 다음날 또 고양이 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한 마리가 더 있었고 119에 전화를 했더니 10일간 분양이 안되면 안락사를 시킨다는 말을 하더란다. 그 말을 듣고 도저히 보낼 수가 없다고 집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 어차피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두 마리는 안 되겠냐. 데려와라." 혼자보다는 둘이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우리 식구가 둘이 늘었다. 태어난 지 1달도 안된 어린 녀석이라 '꼬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모두 아들이 지어준 이름이고 둘 다 그날부터 아들 방에서 함께 지냈다.


우리 딸은 질색을 했다. 방 밖으로 절대 못 나오게 하라고 난리다. 그러던 딸이 아재와 꼬방이를 예쁘다고 만지고 함께 놀아주게 되었다. 그러면서 두 녀석이 완전한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런데 정말 말썽꾸러기들이다. 거실에 있는 쇼파를 뜯어놓고 벽의 몰딩을 발톱으로 긁고, 구석구석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벽지를 뜯어놓고 가구며 집을 망겨놓고 있는 녀석들을 보면 화가 나다가도 귀여운 모습을 보면 웃을 수밖에 없다.


밥을 챙겨주는 것도 화장실 치워주는 것도 모두 아들이 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그 모든 일이 나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아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슬그머니 나의 일이 되어버렸는데 처음에는 귀찮고 짜증이 났었다. 하지만 녀석들 재롱에 웃고 장난에 같이 놀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정도 귀찮은 것쯤은 모두 감수하게 되었다.


기분이 우울하다가도 아재와 꼬방이를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게 함께 지낸 것이 어느덧 8년이 된 것 같다. 녀석들과 함께 하는 동안 나는 쉬고 있었고 웃고 있었다. 내가 움직이는 모든 것을 주시하고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고 같이 있기를 원하는 아재와 꼬방이는 의사가 정확하다.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오로지 나만을 기다리고 바라본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잔잔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아재와 꼬방이가 참 사랑스럽다. 아재는 수컷으로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다. 꼬방이는 암컷으로 조금 작고 새침을 떤다. 둘 사이에 잦은 다툼은 자리 때문이다. 고양이집을 새로 사면 아재가 독차지를 한다. 얄밉다. 꼬방이는 항상 쫓겨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불쌍해 보여서 쓰다듬어 주면 아재의 질투심이 그 꼴은 못 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언제나 꼬방이가 지는 것은 아니다. 꼬방이는 자신이 불쌍해 보이면 더 관심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영악한 모습으로 얄밉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데 그러면 어떠랴. 나를 웃게 해 주는데 그리고 변함없는 그 마음을 보여 주는데 그저 사랑스럽다. 그런  아재와 꼬방이를 보며 생각한다.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주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해주는 녀석들처럼 나도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어야겠다고...


평온함과 쉰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아재와 꼬방이 덕분애 오늘도 이렇게 쉼표를 찍으며 여유로움 속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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