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퇴사마렵다^0^
3 6 9의 저주
이 저주는 나와 같은 세대를 공유하는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근무한지 3개월, 6개월, 9개월 그리고 3년 6년 9년주기로 회사 생활에 위기가 온다는 말
그리고 문화재단도 이 저주는 피할 수 없다.
계약직으로 있을때는 어쨌거나 10개월을 버티고 나면 3달치 퇴직급여가 기다린다는 희망과
끝이 있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큰 생각없이 보내왔다.
그러나 둥지에 자리를 잡고나니 저 말이 떠도는 풍문만은 아니더라.
*하단의 글은 문화재단 신입사원으로 입사 한정이며
내 스스로가 느꼈던 퇴사의 모먼트이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적혀졌으니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란다.
3개월 - 폐급의 냄새가 풍겨올 때
입사 초기에 적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3개월만에 퇴사하는 경우이거나
회사에서 깊은 폐급의 향기가 풍길 때 "진짜 완전 아닌 것 같아"생각이 뇌리를 스치운다면
이 시기에 보통 퇴사하곤 한다.
문화재단에서 3개월은 초기 적응시기로 본다.
1개월은 병풍이오, 2개월차는 시다, 마지막 1개월은 개인의 가치가 결정되는 업무배정이 되시겠다.
단, 모두가 이렇지는 않다. 나의 경우 신규TO로 입사했었고, 당시 급히 인계받아야 할 업무가 없었던 시기다.
즉 회사도 나에대해 파악하고, 나 역시 회사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첫 상견례같은 자리라고 보면된다.
사실 면접에서 이런 과정들이 진행되면 좋겠지만, 회사는 갑이고 난 을이니까!
회사와 나의 궁합은 존재한다. 특히 문화재단은 문화적인 곳이여야 하지만 엄청 문화적이지 않다.
문화재단은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그 원인은 많은 문화재단의 전신이 시설과 연계된 관리공단에 뿌리를 둔 탓도 일부 있고, 관료문화의 끝판왕인 행정기관이 문화재단을 세팅하기 때문이다. 문화적이고 싶지만 비문화적은 끔찍한 혼종이랄까?
게다가 MZ시대는 <나> 개인의 가치에 큰 비중을 둔다. 이해관계가 조직 안에서 상충한다. 이런 가치충돌안에서 조직 내 적응은 어느정도 개인 성향도 작용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입사할 후배들이 이 시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빠르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에 대해서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지지해주고 싶다.
6개월 - 참아봤는데 안되겠을 때
자고로 모든 것의 본질은 궁지에 몰렸을 때 드러난다.
입사 했을 때는 보통 3월이라 문화재단 비수기이기에 엄청 한가했으나, 문화재단의 극성수기 가을을 맞이하며 회사의 본성이 드러나는 시기들이 있다.
(문화재단 업무 1년 사이클에 대해서는 추후 다뤄보겠다! 문화재단 1년내내 뭐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때 살짝 주변 에어리딩에 둔하거나 실제 실무에 투입되었을 때 본인이 상상한 업무가 아닐 경우 퇴사하는 시기이다.
문화재단이 이때 생각보다 엄~~~청 바쁘다. 이런 압력과 본인이 상상한 업무에 괴리가 생긴다면,
(문화기획 PT를 간지 철철나게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라던지, 조수미의 공연을 올리는 나 라던지...)
그 시기가 바로 이맘때이다.
그러나 의외로 6개월차 퇴사자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은 듯 한 것이, 보통 6개월 버티면 1년은 채우고 퇴사하더라. 절반의 고개를 넘었다는 안도감일까?
9개월 - 아 너무힘들어, 근데 나 이제 좀 잘알지 않나?
입사 9개월차... 3월에 입사해서 문화재단의 1년 사이클은 대강 돌았다.
"이쯤하면 나도 전문가지, 암! 근데 더럽고 치사해서 더이상은 못해먹겠어"라는 자신감 뿜뿜 시즌이 온다.
이쯤하면 업무도 익숙하기에 퇴사하고 좀 더 나은 문화재단 어디든 갈 수 있을 듯 하다.
사실 반은 맞다. 1년 사이클이 익숙하게 문제없이 돌아갔다면, 다른 문화재단에서 문제 없는 즉시 업무투입인력으로 입사할 수 있다. 보통 이때의 이직은 타 재단으로 이직하여 퇴사하는 경우가 좀 더 많은 듯 하다.
(아무래도 9개월차면 12월정도기에 채용공고가 슬슬 뜨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실상 이 시기를 버텨내면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3년이 간다. 정말이고 사실이고 팩트이다.
존버는 승리한다. 회사는 버티고 남는 자가 이긴다.
3년,6년 그리고 9년 - 이직의 타이밍!
이 시기는 레벨업+이직이 시행되는 시기이다.
3년이면 대리를 노려볼 수 있고 6년이면 차장 혹은 과장급, 9년이면 팀장급 이직이 가능하기에 사람들이 빠진다고 느껴질 것이다.
회사생활에 현타가 오는 시기별로 나열해서 정리해보았다.
위 내용들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내 스스로가 가졌던 생각들에 대한 정리일 뿐이다.
나 역시 이직-이직-이직 덕분에 사대보험이 얼룩덜룩 아름답게 와리가리 했지만 지금은 진득히 한 곳에서 회사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존버는 승리한다?
못 버틴게 아니라, 안 버틴거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오히려 안하는 것이 더 좋은 길이였을 수도 있다고.
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잦은 이직은 내 스스로의 역량을 탓하게 되고 나아가 나의 인격적인 부분도 자가검열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결국 내 길은 내가 만든다.
비록 나는 버티고 있지만 나 역시 언젠간 회사생활을 벗어던지고 프리랜서가 될지, 혹은 가정을 지키는 평범한 주부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를일이다.
그렇기에 이 글을 보는 우리 동지들은 직장이라는 것에 대해 당신들을 압박하는 정규직, 계약직, 입사, 채용 이런 스트레스의 단어 속에서 패배감과 자괴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