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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살이

전과자가 되어 버리고

by 이문웅

지난겨울

빈 주머니 속에서

나올 줄 모르던 두 손

흰 눈이 오자 허기진 배속으로

차디찬 눈덩이를 욱여넣더니


을미 봄이 오자

슬그머니 새싹 입맛 다시며

온 비를 먹고

허기를 달래며

피어오를 아지랑이 생각에

햇살아래 눈감았었지


없는 놈은 외려

더운 게 낫다던 어머니 푸념 섞인

사랑에 훌러덩 내의 벗어던진 채

그 참혹했던 여름을 어찌 보냈는지

잠시 숨 돌리며 버려진 옷을 찾는 새


온통 의기롭게 옷을 갈아입은

단풍이 헐벗은 내게 뽐내며

지난해에도 그랬다는 듯 그 자리에서

갑작스레 부는 냉기에 얼어붙은 나를

이상한 듯 바라본다.


어떤 이는

사라진 희망을 붙잡으려

아파트 정문 재활용 옷들을 뒤적이다

전과자가 되어버리고

이젠 믿었던 나라마저 그나마

남았던 희망을 잃고

올 해도 젊은이들은 대학을 간다.


결국 하루의 삶인 걸


올 겨울엔

내가 너의 심장이 되어

다시 피어 날 희망의 싹으로

다가올 봄의 거름이 되도록

얼마 남지 않은 세포들을

청춘의 제단에 바쳐 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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