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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by 이문웅

겨울이다.

춥고 긴 밤이 잠자리를

더 힘들게 하는 계절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후회는 이미 사치

아침의 그 빛을 또

볼 수 있을까?


지진파보다 더 심하게

몸속으로 파고드는

바람 벌레들

피곤했던 삶의 치열함

세상의 무게를

눈썹 위에 얹는다.


밤늦도록 지나는 발자국 소리

잦아드는 시간이면 그 벌레들이

온몸으로 파고들며 떨리게 한다.


내일은 예전 아침에 먹던

그 아메리카노가 아니어도

맥심 커피 하나라도 찾아봐야겠다.


모락모락 그 향에 취해

벌레들과 함께 갈 수 없는 고향으로

또 여행을 떠나며

웅크린 몸속으로 다시

내일을 상상해 보려 애쓴다.


일어날 수 있을까?


*어제도 어느 거리 한편에서 잠을 청했을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이 아침 너무도 감사하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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