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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Aug 20. 2023

11 사소하지만 아주 큰, 문제가 생기다

11. 뭣이 중헌디~~

확증편향[確證偏向]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확증편향이 심한 편에 속한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유튜버들은 확증편향의 끝판왕처럼 보인다. 자기가 생각하고픈 데로, 자신의 신념 데로 판단한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냐 마는, 사실[FACT] 앞에서는 겸손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까지 왜곡하며 마구잡이 식으로 쏟아내는 유튜버들을 보며 돈 앞에 영혼도 팔아먹는 노예가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



생각하지도 않은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두 달간 앞만 보고 달려왔고, 앞으로 한 달 뒤면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마무리되어 좋은 결실을 거두길 기대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달 전쯤 D브랜드제품이 없어 입점을 시켰다. 그날은 휴무인데 오전에 일을 하고 강의 듣는 것이 있어서 매장을 비웠다. D업체는 오후 두 시에 입점하기로 되어 있었다. 며칠이 지나 사장아버지는 D업체가 입점 후 진열되지 않은 상품을 들고나가는 것을 보았다며 확인을 좀 해 달라고 했다. 난 '입고데이터와 매출데이터를 비교해 보면 바로 확인 가능하며 게다가 CCTV까지 있는데 설마 몰래 들고나갔겠냐', 확인을 해 보겠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나는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 잊어버리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그동안 사람이 구해지지 않아 부탁을 해서 입사한 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은 이전 직장에서 S거래처 직원과 아는 사이였고, S거래처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먹으라며 준 모양이다. 이 상품은 야채창고에 보관되었고, 야채팀장에 의해 매장상품을 빼돌린 것으로 매도되었고, 이는 사장아버지에게 보고되었다. 나도 뒤늦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보고받았다. 이 또한 재고데이트를 확인해 보면 될 일이었고, 신입직원이 잘 몰라서 일어난 일이라 교육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최근에 부탁해서 힘들게 입사한 직원은 회사물건을 훔친 도둑이 되어 있었고, D업체가 물건을 빼돌린 것을 방관한 나와 공산팀장(사장조카)은 공범이 되어 있었다. 적어도 사장아버지의 마음속에는 그렇게 각인이 되어있었다.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확인을 하고, 실재재고와 전산재고를 비교해 보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자료를 보여준다고 해도, ‘자료까지 조작해서 노인네를 속이려 한다’며 도무지 믿어주지를 않았다.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지 못해 사장에게 보고를 했다.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하고 일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연세 많은 사장아버지를 무시하고 일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어떻게든지 답을 찾고 빨리 해결해야만 했다. 모든 계획을 뒤로하고 오래간만에 휴무를 내서 설악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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