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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소혜 Mar 24. 2023

출근 대신 부산행 기차를 타다

숙소 동기 두 명이 사라졌다. 출근버스 타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출근을 안 했단다. 난데없이 나를 찾는 전화가 쇄도했다. 영혜와 미주는 디로 간 걸까? 그녀들의 행방을 묻는 전화가 오전 내내 왔다.


우리는 6시 즈음 기상했다. 씻는 순서와 밥 당번이 정해져 있어 7시 20분 즈음되면 아침 식사와 함께 출근 준비가 완료되었다.


30분 즈음되면 숙소 정류장 앞으로 출근버스가 오는데, 사실 현장 교대 근무자 출퇴근 차량이면서 사무실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동 수단이었다. 나는 항만 쪽을 향하는 버스를, 영혜와 미주는 원료 채굴 광산 쪽을 향하는 버스를 탔다.


변함없이 정해진 시간에 버스를 타는 두 친구를 뒤로하고 나 역시도 출근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어디 즈음에서 내린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라질 리가 없다.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연락두절 상태가 길어질수록 며칠 전부터 보던 두 친구의 모습이 생생히 떠올랐다. 수면등이 켜져 있는 침대 옆에서 두 친구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야근으로 귀가가 늦어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거실 공간을 방으로 쓰는 미주는 깨어있었다.


미주보다 체구가 작은 영혜도 나란히 침대를 등받이 삼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날따라 가라앉은 방안 공기 말고도 우리의 시야를 가득 채운 연기도 솟아올랐는데, 그 연기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기침소리가 밤새 내내 계속됐는데도 창문을 열지 못했다. 아니 열 수가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잘 못 지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지 못했다. 우리를 향한 직장 동료들의 시선이나 행동 불편함을 느꼈지만 맞대응할 수 있는 말조차 찾을 수 없었다. 부서 안에 몇 명 안 되는 '꽃'같은 여직원이라는 설정과 어린 나이지만 강한 생활력을 보여야 하는 처지들이 우리의 이십 대 초반을  두렵게 만들었다.


힘든 밤이 지나 간 그날 이후로도 왜 그랬는지 묻지 않았다. 그냥 묻지 않는 것이 위로이고 변함없이 아침을 맞고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출근을 하는 것이 잘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숙소로 향했다. 흔적을 남겼을지 모른다. 출근버스 이동 중에 내렸더라도 적어도 내게 행방을 알리는 편지를 남겨 놓았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


- 바람 쐬러 부산 갔다 올게. 돌아올 거야.

   우리 없다고 울지 말고, 밥 잘 챙겨 먹어.


현관문과 마주 보는 주방옆 욕실 문에 영혜의

급하게 흘려 쓴 메모지가 붙여 있었다. 먹먹한 마이 배고픔을 휩쓸듯 점심시간 내내 미주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부산을 향해 가고 있을 친구들과 마음은 함께 움직였다.


친구들의 근황은 일부러 며칠 모르쇠로 일관했다. 인사노무 담당 과장혹시 모를 부서 내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전해 들은 바는 없었는지 재차 확인했다. 부서 내에서도 격무에 시달린 여직원들의 일탈로 보고 휴가처리가 되었다.


잠깐의 탈출이 우리의 무용담이 되어 여전사로 변모해 가길 바랐지만 우리는 더 에이는 상처들을 겪고 나서야 초연한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었다.


- 소혜야, 우리 왔어.


친구들은 밤기차로 주말을 넘기지 않고 돌아와 외롭게 잠들어 있던 내 곁에 다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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