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열번째 별

과거에 머문다는 것

by IRIS
"지난 일을 떠올리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concept-1868728_1280.jpg

현재를 살아라. 지금 여기에 집중해라. 지금-여기에 관한 이야기들과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말들이 내 주변에서 끊임없이 들려온다. 나는 어디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미래를 바라보며 멋진 꿈을 그리고 있을까? 역시나 나도 남들처럼 현재에 집중하며 살고 있을까 고민을 하던 와중에 나는 과거에 무게가 더 실려있구나. 결론내렸다.


과거에 머무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후회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있다. 내 기억 속 영화, 책의 아련한 주인공들은 과거에 대한 잘못 떠나가버린 인연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고, 내 주변에 과거에 늘 멈춰있는 사람들은 멋진 과거의 나, 그리고 절대 하면 안되는 선택에 대한 후회로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과거에 산다는 건 마치 부정적인 것만 같았다.


나도 과거에 많은 무게가 실려있다. 길을 걷다가도 관계 속 후회와 내 선택에 대한 미련에 파묻히기도 하고, 잠을 못 이루는 적도 많았다. 그렇지만, 정말 과거에 머무른다는 건 잘못일까?



"내 현재가 미래가 좀 더 멋지게 바뀌고 있는 건 내가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거야."

train-station-1868256_1280.jpg

현재를 살아라. 미래를 꿈꿔라 라는 말은 정말 멋있다. 과거에 머물러라. 과거를 늘 추억해라.는 별로 같다. 하지만 모든 건 늘 동전의 양면성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과거에서 떠나지 않았던 그 장면은 늘 아름다운 추억보단 후회가 남는 장면, 미련이 남는 장면들이었던 것 같다. 아름다운 건 향기처럼 금방 사라지지만, 후회와 미련은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기억 속에 머물렀다.


그 시간들은 내게 성장을 내어주었다. 결국 아물지 않는 상처는 없는 것처럼 그 시간들 속에서 아물러 갔고 새 살은 돋아났다. 관계 속에서 했던 후회들은 새로운 인연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만들어냈다. 내 선택에 대한 미련은 다음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가지도록 도왔다. 반복되는 이러한 작업은 나를 위한 자기계발서가 되었고 우리가 원하는 '내'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ㅇㅇ이 되어가고 있었다.



" "

monk-1077839_1280.jpg

이 세상엔 무수히 많은 지름길들이 있다. 도움을 받을 순 있겠지만 그 길 모두 오답이다. 과거에 머문다는 건 모두에게 오답의 길이겠지만, 내겐 내 인생의 지혜를 가져오는 일이다. 나의 자기계발서엔 늘 빈칸이다. 무수히 멋진 말이 존재하지만, 그걸 새기는 순간 그 길은 늘 내건 아닐테니까.


나는 오늘도 여전히 나에게 주어진 두렵고 불안하지만 멋진 길을 걷기 위해 내 과거에서 지혜를 빌려온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9화아홉 번째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