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 바퀴 위의 단상
한 달에 대여섯 번은 전철을 이용한다.
주로 복잡한 도심에 일이 있을 때는 전철을 타는데 대중교통에 익숙하지 않은지 오래된 나로서는 홍콩출장이라도 온 듯 살짝 설레는? 느낌도 있다.
물론 냉방 빵빵하게 틀어놓은 자가용 이동보다는 중간에 역으로 가거나 환승통로를 걷는데 땀도 흐르고, 마찬가지로 후줄근해진 승객들과 꽉 차버린 전철칸 일 경우에는 매우 역한 땀내와 원치 않는 축축한 피부접촉이 이뤄지니 그건 싫지만 상대도 마찬가지 일거니 참아야지 뭐.
무엇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온갖 것이 다 거슬리는 날이 있다.
전철역 이동 육교에 쓰여있는 경고문구.
그냥 난간을 천장까지 올렸으면 경고도 필요 없잖나?
조금만 신경 쓰면 될 일인데 경고할 일인가 싶다.
승강장에 오르면 가능한 앞칸에 타려고 간다.
평균적으로 앞칸이 좀 덜 붐비는 편이라서 좀 더 걷더라도 앞칸을 애용한다.
어디서 양계장 냄새가 지독하게 풍겨온다.
도심 한복판에 양계장?
이런.
닭둘기를 막으려고 온갖 것을 해놨음에도 어딘가에서 비둘기들이 집단 서식하는 모양이다.
아 이런 거는 좀 해결이 안 되나.
비둘쥐 라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으다.
그래도 금요일 점심경이라 그런지 객차에 사람은 많지 않아서 여유 있게 앉았다.
비교하자면 일본 전철보다 넓고 홍콩전철보다는 북적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철은 꽤 쾌적한 편인건 확실하다.
다만 홍콩이나 일본 대비 계단에 에스컬레이터 수량은 적어 보인다. 나만 그런가?
에스컬레이터 속도도 홍콩 대비 무척 느린 편이다
이따금 객차내에 빌런들이 등장 한다지만 내 승차회수가 적어서인지 아직 마주친 적은 없다.
가끔 생각은 한다.
대중교통에서 설쳐대는 빌런을 만났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모른 체하고 외면해야 하나.
아니면 노쇠 허다 못해 녹슬어버린 정의감과 의협심이라도 슬그머니 만지작 거려야 할까.
뭐 UFC 선수도 아닌 데다 몸뚱이 연식이 있으니 아 몰랑 하고 다른 칸으로 가겠지.
그리 생각하면 좀 한심하다.
불의가 아닌 설렁탕의 건더기 숫자에 분노하는 시인처럼.
불의를 보고 빌런을 보고는 인생달관 한 척 비켜주는 게 수십 년 살아오면서 얻은 득도 라니.
세월이 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