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5.
‘학교 가기 싫다.’, ‘요즘 애들은….’, ‘스트레스받는다.’, ‘힘들다.’ 학교로 출근하기 전, 퇴근한 후, 습관처럼 툭툭 던지는 말들이다. 한 교사는 열의 없는 직장인이 되어 밀려드는 업무와 곤란한 학생을 마주하며 괴롭다, 못 해 먹겠다, 입 밖으로 내뱉는다. 이 교사의 말에는 가시가 있어 학교가 괴로운 공간이길, 교사가 고단한 직업이길, 자신이 그런 진흙탕 속에 허우적대고 있길, 바라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한 교사에게 말했다. ‘뉴스 보니까 요즘 애들 아주 건방지고 못됐던데요. 교사하기 너무 힘들겠어요. 애들은 역시 때려가며 키워야 하는 건데.’ 그제야 그 교사가 깜짝 놀랐다. 요즘 애들, 그렇게 못되기만 한 건 아니에요. 교권이 추락했다고, 그래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학교는, 뉴스에 나온 것처럼 삭막하고 전쟁 같은 곳만이 아니라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기도 해요.
글을 써야겠다. 다정하고 온화한 학교의 일상을 글로 공유해야겠다. 무심코 놓쳤던 고마움을 일기로 남겨야겠다. 뉴스에서는 학교의 따뜻함을 알려주지 않으니까. 습관처럼 힘들다는 말을 던지는 교사는 사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지 못하니까.
30대_고등학교_비담임_교무기획부
5교시에 비는 시간이 생겨 휴게실로 갔다. 우리 학교 교직원 휴게실은 최근에 공간 조성 사업으로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시설이 매우 좋다. 한동안 바빠서 거의 사용을 못했는데, 오늘 마침 시간이 나서 휴게실을 사용해 보았다.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는 개인룸으로 들어가 간접 조명을 켠 후 폰으로 책을 읽었다. 고요한 휴게실에서 폰 화면으로 활자를 하나하나 읽는데, 아- 행복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적절한 휴식은 일의 효율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 기억력을 높이고 피로를 풀어 직접적으로 신체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휴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10분이라도. 하지만, 일에 치이다 보면 단 10분의 휴식도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쉬는 시간에는 교무실로 밀려오는 학생들을 마주하고, 약간의 여유 시간이 생겨도 교재 연구 하는데 온 신경을 쓰다 보면, 단 1분도 쉬지 못하고 정신없이 일하다가 어느새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교무실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축 늘어진 김장 김치처럼 온 힘을 소진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갑자기 밀려오는 허무함과 불안함으로 정신을 못 차리곤 하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래서 휴식은 중요하다. 바쁜 와중이라도 잠시의 휴식을 나에게 선사하여 마음을 정리하고 몸을 진정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오늘 내가 책을 읽으며 취했던 시간은 행복한 것이었다. 그토록 중요한 휴식을 했으니까.
한참 책을 읽는데, 쉬는 시간이 되었는지 휴게실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학생들 소리가 들렸다. 어릴 적 계곡에 놀러 갔을 때, 커다란 돌 위에 누워 몸을 말리고 있으면 사람들의 말소리가 아득히 들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릴 적의 나는 그 아득한 소리를 좋아했다. 으쌰-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6교시에는 동아리 지도가 있으니 또 학생들을 보러 가야지. 짧은 휴식 후 휴게실에서 나가는 발걸음이 이전보다 꽤 가벼워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