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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Dec 04. 2023

귀여운 사람들

2023.12.04.


‘학교 가기 싫다.’, ‘요즘 애들은….’, ‘스트레스받는다.’, ‘힘들다.’ 학교로 출근하기 전, 퇴근한 후, 습관처럼 툭툭 던지는 말들이다. 한 교사는 열의 없는 직장인이 되어 밀려드는 업무와 곤란한 학생을 마주하며 괴롭다, 못 해 먹겠다, 입 밖으로 내뱉는다. 이 교사의 말에는 가시가 있어 학교가 괴로운 공간이길, 교사가 고단한 직업이길, 자신이 그런 진흙탕 속에 허우적대고 있길, 바라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한 교사에게 말했다. ‘뉴스 보니까 요즘 애들 아주 건방지고 못됐던데요. 교사하기 너무 힘들겠어요. 애들은 역시 때려가며 키워야 하는 건데.’ 그제야 그 교사가 깜짝 놀랐다. 요즘 애들, 그렇게 못되기만 한 건 아니에요. 교권이 추락했다고, 그래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학교는, 뉴스에 나온 것처럼 삭막하고 전쟁 같은 곳만이 아니라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기도 해요.


글을 써야겠다. 다정하고 온화한 학교의 일상을 글로 공유해야겠다. 무심코 놓쳤던 고마움을 일기로 남겨야겠다. 뉴스에서는 학교의 따뜻함을 알려주지 않으니까. 습관처럼 힘들다는 말을 던지는 교사는 사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지 못하니까.


30대_고등학교_비담임_교무기획부



12월, 선생님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내신 전보'다. 지역 만기가 된 사람들은 원하는 지역에 들어갈 수 있을지 재단하고, 만기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원하는 학교로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오늘 학교에서는 교감 선생님의 내신 전보 연수가 있었다. 전보를 쓸 사람들은 미리 말하라고 교감 선생님께서 메시지를 보냈었는데, 내가 그걸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오늘 연수가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전보를 쓸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연수를 가려고 하자, 주위의 선생님들이 '교감 선생님께 미리 말 안 드렸으니 법적으로 전보를 쓸 수 없다'며 놀려댔다. 내가 '아?'하고 놀라니 다들 깔깔깔 웃으며 좋아하셨다. 이렇게 소박한 곳에서 행복을 느끼시다니, 선생님들이 재밌고 귀엽게 느껴졌다.


6교시 수업이 끝난 후에는 같은 생물 선생님이 다급하게 '선생님!'하고 부르길래 돌아보니 '선물!'이라면서 종이 쪼가리를 건넸다. 다시 보니 라벨지에 인쇄한 내 이름이었다. 최근에 라벨지 인쇄 기계를 샀다며 선물로 내 이름을 인쇄했다고 한다. 옆에 현미경 그림까지 붙여서 인쇄한 게 귀여웠다. 그런데 내 이름 말고 선생님 이름도 있길래, 이건 선생님 거라고 돌려주니 나한테 주는 선물이 맞단다. 이 선생님은 학교 만기로 무조건 떠나야 하는 선생님인데, 떠나기 전에 주는 선물인 것 같았다. 마치 학생들이 선생님 교과서며, 수첩에 자기 이름 라벨지를 마구 붙여대는 게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소박하게 행복해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가만 보면 어린 학생들이나 다 큰 선생님들이나 마음속에는 비슷한 순수함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그 순수함을 잃지 않은 선생님들이 나를 놀리며 웃고, 내 이름과 자기 이름이 적힌 라벨지를 건네며 선물!이라고 해맑게 외친다. 순수함을 잃지 않은 선생님들은 매일 같은 학교 생활 속에서도 늘 즐겁다. 그래서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하루다. 그런 순수함들을 함께 마주할 수 있는 하루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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