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한 출근!

by 백당나귀

지금 제일 부담이 되는 것은 출근이다.

화요일부터 출장지로 바로 갔다가 연수원에 갔으니 일주일만의 사무실 출근은 새롭다.

낯선 공기처럼 느껴질까? 이럴 때는 살짝 긴장을 한다.


출근을 10분 일찍 하려고 한다. 공간을 내 온기로 먼저 데워놓는 것이 낯섦에서 가장 빨리 적응하는 방법이다. 익숙한 내 책상, 내 서류이지만 내일을 약속할 수 없는 우리라서 낯섦과 소중함은 공존한다.


출근하면 일정한 패턴 속으로 들어간다. 본체 모니터 켜고 손거울을 살짝 보고 컴 비번을 넣는다. 그새를 못 참고 일어나서 커피포트로 간다. 커피 한잔을 말아 마시듯 한가득 입에 머금는다. 나머지는 자리에 와서 식은 채로 나를 보필해 준다. 5분 안에 다 이뤄진다.


옷을 단정하게 입어야겠다. 인사도 두루 잊지 않아야겠다. 공손한 말투를 장착해야겠다. 출근하는 게 이렇게 긴장된다는 것일까? 시한부 같은 출근일 수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나를 바르게 설 수 있도록 해준다.

저장



출근 후

나는 10분 일찍 출근하려는 것을 지키지 못했다. 다행히 늘 그 시간이긴 했지만, 평소 꾸물거림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은 탓이다. 워치를 찾고, 키를 두리번거리며 찾고 싸둔 점심도시락을 다시 가지러 왔다가 나갔다. 성애가 낀 차 유리창은 누가 녹여주랴? 출근 전 시물레이션은 미숙했고 계획은 의미 없었다.


출근 전 직장이 소중하다고 했던가? 웬걸 집에 가려면 몇 시간 남았지? 어떻게 벗어나야지? 소리 없는 전쟁터 속에 비겁한 총잡이였다. 오전 내 물 한 모금 먹지 못했다. 물 마시러 출근한 건 아니지만 수분이 부족하게 한 내 몸에 미안하고 바쁜 하루였다.


인생의 변수는 가지가지다. 사소하든 거대한 프로젝트 속에 있든 계획이 온전히 실행에 옮겨지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유연해야 하고 여유가 필요한 듯하다. 시간과 분을 쪼개고 남는 시간에 과연 나는 무엇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휴식이라고 빌미 되지만 막상 핸드폰만 하고 있을 때가 많다. 사전에 '비우는 여유'를 예약해 놓으면 조금 더 여유가 있을 텐데... 그러면 가지가지 변수가 '비우는 여유'속에서는 계획은 실행을 돕는 상수가 될 것 같다.


'어제 같은 오늘이 되게 하자'가 실행동력이었는데 아쉬움이 남는 하루이다.

일단,

퇴근 후 차키는 무조건 제 위치에 둔다.

내일은 5분 더 일찍 출근하기에 도전한다.

두 가지의 계획이 실행되도록 '비우는 여유'를 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장놀이가 벅찬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