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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물들다 22화

겨울밤

by 양심냉장고

겨울


차가운 겨울과

어두운 밤이 만나

'겨울밤'이라는 말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밤은

모두에게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제 망육이자 지천명의 나이에는

한없이 거칠고 차갑고 어둡기만한

시공간만은 아닌 게 되었다.


우리네 삶이 그럴 것인데

거센 겨울 바람과도 같았던 시련들이

더해지고 더해지기만 했던 시간들이었을텐데

지난 세월 수없이 견뎌온 겨울의 밤들을 돌아보니

겨울의 밤길에 내리는 눈도 때로는 정겨운 이불이었고

겨울밤 방안에 감추어 둔 화롯불도 따뜻했더라

그 위에 놓인 고구마와 쥐밤조차 보기에 좋았더라

엄마가 밤을 헤치고 깜깜한 뒤꼍에 나가

눈더미 파헤치고 장독대 깊이 손을 넣어

꺼내온 동치미 국물같은 맛이었더라


음에 음을 곱하면 양이 되듯이

살다가 살다가 이제 와서 보니

내 삶도 어느덧 시련과 시련들이

곱하기처럼 되었나보다


오늘 다시 겨울밤

우리 집 안에

새로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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