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by 오나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역시 집이 최고다 라는 말과 함께 알 수 없는 허무함이 밀려온다. 이 허무는 한여름 밤의 꿈 같았던 여행이 끝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여행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여행은 돌아오는 순간 하나의 점으로 닫히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후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이어진다. 여행지에서 마주했던 나의 모습, 그곳에서 맺었던 관계와 감정, 그리고 그때 스쳐 지나간 생각들까지—모두가 돌아온 삶의 곳곳에 스며든다.


여행이 끝난 자리에, 사유가 시작된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나는 그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왜 그 장면이 오래 남았는지, 왜 그 말이 마음에 걸렸는지, 왜 그 풍경 앞에서 멈춰 섰는지.


그래서 결국, 여행은 돌아와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여름의 낭만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시작했던 생각은, 계절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삶의 본질로 흘러간다. 덧없음, 한순간의 찬란함, 붙잡고 싶은 감정,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여행은 그 모든 것을 압축해 보여준다.


나는 여행을 다 써버린 게 아니라,

여행을 통해 하루를 다시 읽고 있었다.

돌아온 뒤에도 삶이 조금 달라 보였던 건,

그 시간이 내 일상의 문장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안다.

여행은 끝난 뒤에도, 조용히 삶으로 번진다는 것을.


여행은 끝났지만,

나는 아직 돌아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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