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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Nov 20. 2023

초등학교 1학년의 한글 책임교육 강화

지난해 8월 31일, 저는 교육장으로서의 임무를 끝으로 교직에서 퇴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9월 1일부터 교실로 갔지요. 제가 41년 전 입직 당시의 직급인 교사로 돌아가 아이들을 다시 만난 것입니다. 저는 퇴직 후 재취업자로서 기간제 교사가 되어 2학기 동안 기초학력이 부진한 아이들과 느린학습자로 분류된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기초학력 협력교사의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때 제 교실에 오는 아이들은  모두 다섯 명이었습니다. 이 다섯 명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평가를 하고, '한글 미해득'이라는 진단 결과를 붙여서 제게 보냈지요. 그중 두 명은 '난독증'이라는 진단 결과도 하나 더 붙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 다섯 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각각 주당 2~5시간씩 한글 문해력을 위주로 일대일 수업을 했습니다. 난독증인 두 아이들은 언어치료사의 도움도 따로 받았지요. 그리고, 아이들의 담임선생님들과 협의하여 아이들이 소속된 학급의 시간표와 제 수업 시간표를 연동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조정했습니다. 즉, 아이들은 자기 반의 국어 시간에 제 교실에 와서 따로 한글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이들을 만나서 처음 지도한 방법은 발음 중심 교수법이었습니다. 한글 창제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언어 교수 방법으로 한글 자모음 낱자 소리를 먼저 익히고,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서 글자를 읽게 하는 것이지요. 보통은 한글의 자음부터 가르치고, 다음에 모음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읽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모음부터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발음 중심 교수법은 자모음 낱자 → 글자 → 낱말 → 문장의  순서로 학습을 진행하여 상향식 접근이라고도 합니다. 학습 전이와 읽기, 쓰기에 강점을 지닌 방법으로 한글 습득이 늦어진 다섯 명의 아이들에게 알맞은 교수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단모음 'ㅏ, ㅓ, ㅗ, ㅜ , ㅡ , ㅣ, ㅐ, ㅔ' 8개를 먼저 익히게 하고, 자음을 결합하여 글자를 읽게 했습니다. 다행히 제 교실에는 자석으로 된 '자모음 블록'이 있어서 마치 놀이하듯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었습니다.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 [ ㅏ ]

=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카, 타, 파, 하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 [ ㅗ ]

= 고, 노, 도, 로, 모, 보, 소, 오, 조, 초, 코, 토, 포, 호


그리고, 아이들의 주변과 일상생활에서 의미를 지닌 통글자를 중심으로 글자를 익히도록 하는 의미 중심 접근법도 병행했습니다. 


과일: 사과, 배, 감, 포도, 복숭아, 귤, 바나나, 파인애플

교실 사물 중 두 글자로 된 것: 칠판, 연필, 창문, 책상, 의자  


제 교실에 오는 아이들은 2~5학년으로 한글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아니었지요. 따라서 발음 중심 교수법을 통해 글자를 익히고, 점차 낱말과 문장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더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전체 아이들이 다섯 명인 데다 일대일 수업 방식이기 때문에 저는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개별 아이의 특성에 맞추어 지도할 수 있었습니다. 



'2017년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초등학교 1∼2학년의 한글 교육 시간이 이전보다 두 배나 늘었습니다. 2016년까지는 한글 수업 시간이 1학년에만 27시간이 있었지요.  2017년부터는 전체 68시간으로, 1학년 57시간, 2학년 11시간이  늘었습니다. 특히, 1학년 1학기에는 51시간을 배정하여, 입학초 입문기에 한글 교육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 중 90% 이상이 이미 한글을  익히고 옵니다. 하지만, 가정환경이나 주의집중 정도, 개인의 발달 정도, 정서 행동에 관한 문제, 지능 문제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한글 습득을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습니다. 1학년 1학기에 51시간을 이수한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아이들이 이미 한글을 알고 있는 교실에서, 한글을 모르는 한두 아이들을 대상으로 첫 단계부터 집중 교육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결국은 다양한 원인으로 한글을 습득하지 못한 채 입학한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도 한글을 제대로 익히기가 어려운 환경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글을 모르고 문해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 수업 시간이란, 전체적인 수업 상황 중 의미 있는 부분이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의 결손과 실패가 누적될 수밖에 없지요. 또한, 이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자아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또래 집단에서의 낙인이나 따돌림 등의 원인이 될 우려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 2학년 아이들은 공부를 못하거나 외모 등이 다르다고 차별하는 정도가 미미합니다. 하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은 자기와 다르거나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마음과 행동이 생겨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규 교육과정에서 구제하지 못하는 한글 미해득자에게 별도의 보충 교육 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1학년에서 그 아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한글 교육을 통하여 한글을 습득하게 하고, 정상적인 교실 수업과 함께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글 습득은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는 가장 중요한 학습 요인이며, 평생 학습자로서의 출발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반드시 한글 교육을 완성해야 하는 이유이고, 학교 교육의 중요한 책무지요. 



교육부는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국가 교육책임제 실현을 위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했습니다. 그 계획의 두 번째 꼭지가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다중 안전망 구축'입니다. 그 안에, 기초 문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초등 1~2학년의 한글 익힘 시간을 기존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한글 책임교육 정책을 마련하고, 또 그 책임과 역할을 학교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한글 미해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또한 강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학교가 책무성을 갖고 아이들의 한글 교육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가 퇴임 후 기간제교사가 되어 다시 학교로 간 일은 저에게 참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한글 습득과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기초학력이 부진한 아이들과 느린 학습자들을 가르치는 일은 교육의 사각지대와 지원 방안에 대하여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교육지원청에서 교육행정을 하다가 다시 교사로서 현장에 가서 느낀 것은, 그 어떤 교육보다 한글 습득 교육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한글 습득은 학교 교육과정과 일상생활, 그리고 평생 학습자로서의 아이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한글 미해득으로 인한 기초학력 부진의 족쇄에 묶인 채, 학습 출발선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여 좌절하고 포기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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