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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Mar 07. 2024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는 아이가 있다

자신있게 초등학교1학년 되기 12화

각급 학교들이 2024학년도 새 학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담임 기피로 어려움을 겪는 학교들이 많다고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어려워하자,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1학년 담임 교사를 위한 연수를 마련한다고 합니다.  즉, 1학년 담임교사로서의 책무를 수월하게 완수할 수 있게 1학년 교육과정과 학생의  발달 단계 이해, 학부모 민원 대응 등의 역량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지요. 그 밖에도 학교 업무나 수업 시수를 줄여 주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교육함에 있어서 소홀하게 지나쳐도 되는 시기는 없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은 놀이 중심의 유치원 교육과정에서 성취 기준과 성취 수준이 있는 학습 중심의 초등학교 교육과정으로 전환되는 시기이고, 긴 학교 생활의 첫단추를 끼우는 중요한 때입니다.


또한 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 생활의 대부분을 선생님에 의지하여 함께하게 되므로, 담임교사의 역할이 중요하지요. 그런데,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교육할 담임 교사 맡기를 기피한다니, 학교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걱정이 앞섭니다.


1학년 담임 교사를 기피하는 원인은 지역과 학교, 교사 개인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는데, 공통적으로 몇 가지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학부모 민원과 교권 침해, 보호자의 과도한 요구, 유치원 선생님과  비교하여 불평 불만 표시,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한 기초 기본 교육과 부적응 등이었습니다.



▶ 학부모 상담과 민원, 교권 침해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한 관심도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아이들의 보호자가 최고일 것입니다. 따라서 학부모 민원도 제일 많지요. 초등학교 교실은 미성숙한 아이들이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며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런데, 학교폭력, 교우관계, 생활지도, 과제, 건강, 학습지도 등 교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들 중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보호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요. 그것도 담임 선생님에게 정황을 파악하거나 소통하기보다는 학교장이나 교육청에 먼저 알립니다. 심한 경우에는 변호사를 내세워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기도 하지요. 또 아이의 잘못에 대하여 담임 선생님이 교육적으로 지적하거나 나무라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는 아이에 대한 낙인이나 정서적 학대라고 담임 교체를 요구하기도 하지요.

 

이러한 과정에서 선생님은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교육적 에너지, 학부모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버리게 됩니다. 결국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없게 되지요. 그리고 옆에서 지켜 보는 동료 선생님들 또한 고통스럽고 기운이 빠지기는 마찬가지지요.


▶ 보호자의 과도한 요구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보호자가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답니다. 자기 자녀에 대한 1대1 맞춤형 케어 서비스를  희망하는 부모가 많지요. 아이들끼리 싸워도 다른 아이들이 내 아이를 괴롭힌다고 생각하고, 특별 관찰이나 보호를 요구하는 보호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아이가 학교에서 잘못한 점을 말해 주면, 어떤 학부모는 아이 교육의 협력자가 아니라 공격적인 학부모로 돌변하지요. 그리고 선생님이 내 아이를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민원을 제기하거나 경계합니다. 또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거나 불편함을 참을 수 있는 정도의 일까지 일일이 선생님에게 부탁하는 것이 많아 1학년 담임 선생님은 교육을 하는 것인지 보육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푸념도 많이 합니다.


▶ 유치원 선생님과  비교하여 불평 불만 표시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건물과 시설의 규모뿐만 아니라 학급 표지판부터  책상 배열, 환경 정리, 눈에 띄는 교재 교구도 확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과 담임 선생님의 말투, 교실 사용 용어도 다르지요.  또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하는 일과와 학교에서 하는 일과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선생님과의 관계, 교우 관계, 초등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질서와 규칙, 40분 간 지속되는 수업 시간 등이 아이들 입장에서도 버거울 만큼 달라지지요.


유치원과 어린이집 선생님에 익숙한 아이들과 보호자들은 유치원 선생님과 1학년 선생님을 쉽게 비교하여  말합니다. 그것도 불친절하다, 무관심하다, 무섭다, 힘들게 한다 등등의 부정적인 이유를 들어서 말이지요.



▶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한 기초 기본 교육과 부적응

초등학교는 유치원과는 다른 교육과정과 수업 시간, 학습 과제, 학생 수, 초등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질서와 규칙, 숙제 등으로 환경이 매우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아이들은 유치원에 비해서 개별적인 특성과 요구가 무시되는 것 같고, 때로는 존중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면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요.  


그리고, 1학년 아이들은 상급생인 큰 아이들에 비해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합니다. 사실 1학년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들의 고충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학부모들 또한 유치원과 학교의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비교함으로써 서로 불편하게 되지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이미 집단 생활을 경험했다고 해도 학교에서 지켜야 할 질서와 규칙이 많아지면서 학교 자체를 불편하고 낯설게 느낍니다. 즉 아이에게는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이 아이들에게 학교생활 적응과 한글 책임 교육, 기본 생활 습관과 학습 습관 형성 지도, 올바른 교우 관계(다툼, 학폭, 따돌림 등의 해결과 대응 방법) 형성 지도, 급식 지도, 화장실 사용 등 학교 시설 사용 지도에 집중해도 1학년 담임 선생님은 시간과 에너지가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런데다 1학년 교실에는, 에너지가 넘쳐서 감당하기 힘든 아이도 있지요, 지극히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아이들의 질문이 끝없이 반복되지요, 기본적인 것들부터  선생님의 반복적인 지도가 필요하지요, 자기 중심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불만과 불평은 끝도 없지요, 극심한 개인차로 인해 학습이나 생활에서 좌절하는 아이들도 생겨나지요, ….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그곳에 모인 아이들의 존재감이 세상에 있는 모든 아이들의  말과 행동, 마음으로 표현되는 곳입니다. 또한 학교는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고, 여러 집단이나 개인의 이해 관계가 존재하는 곳이지요. 따라서 학교에서 특정 학년이나  업무를 기피하거나 선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아이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위한 교육을 위하여 학교 안팎의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학교 조직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아이들을 위하여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지요.


근래초등학교 1학년 담임 기피의 문제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에 학교 밖에서도 답답하고, 걱정되는 일입니다. 모든 이해 관계가 있는 학교구성원들은 아이들이 교육적으로 잘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학교를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특히 아이의 교육에 대한 책임자요 협력자로서 선생님과 학부모가 서로 신뢰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함께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선생님을 배정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학교에 처음 오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학부모들도 학교에서 혹시 아이가 겪는 불안과 부적응, 갈등 등을 학교나 선생님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성장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지요.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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