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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반 아이들과 특별한 1년 살기

by 전우주

저는 운이 좋게 정년퇴임 후에도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제일 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잘 성장하도록 돕고 교육하는 일이지요. 그런데 올해는 좀 특별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중소도시에 있는 전교생이 850명인 초등학교입니다. 그 중 20명의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이 4개 학급에 편성되어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공부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수학급이라고 하지요. 학교들은 일반적으로 1학년 1반, 2반 또는 2학년 3반처럼 학년과 반을 구분합니다. 하지만 특수학급은 우리 학교처럼 라온반, 이룸반, 도담반 등 학교마다 다른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 학교 특수학급은 1학년만으로 편성된 라온반과 2~3학년이 있는 이룸반이 있고, 제일 의젓한 3~6학년 아이들이 있는 도담반은 제가 맡은 학급입니다. 나머지 한 학급은 순회학급으로 이 학급은 장애 특성과 정도에 따라 이동이 어렵거나 집합 교육이 힘든 아이들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이 순회학급은 특수교사가 직접 아이가 있는 가정이나 수용 기관(시설)으로 가서 교육하는 형태로 운영합니다.



제가 맡은 도담반에는 모두 여섯 명이 있는데 3학년 1명, 4학년 1명, 5학년 2명, 6학년 2명입니다. 제 아이들의 장애 유형은 특수교육법에서 선정한 장애유형으로 지적장애 4명, 발달장애 1명, 지체장애(장애인복지법의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 1명 등입니다. 그리고 이 여섯 명의 아이들 중 다섯 명이 힘들고 더디지만 학습이 가능하지요.


[교실에 비치된 스탠딩휠체어와 목조휠체어]

제 아이들 중 가장 특별한 아이는 위 사진의 스탠딩휠체어와 특수 제작된 목조 휠체어를 사용하는 아이입니다. 아이는 열세 살인데 체중이 27kg 정도이고, 키는 100cm 남짓 되어 또래보다 작습니다. 특수교육법에서는 지체장애로 구분하고 장애인복지법에서는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로 구분하는 이 아이는 학습은 불고하고 의사소통은 물론 이동과 식사 등 기본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합니다. 몸을 스스로 일으켜 앉고 설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는 유모차를 타고 장애인 활동지원사와 함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이동차량을 이용하여 학교에 옵니다.


이 아이는 장애학생 특별건강관리지원(*중증장애 학생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맞춤형 의료적 지원을 공하며, 의료인이 학교에 방문하여 건강을 관리하는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되어 매일 오전에 외부 간호사가 와서 처치하는 석션(가래흡입) 후에 스탠딩휠체어에 고정해 둡니다. 저는 아이가 깨어 있을 때 스탠딩휠체어를 세워서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듣게 합니다. 이것 소극적이지만 일종의 자극 요법인 셈이지요. 하지만 아이는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위루관(*식사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직접 영양을 공급하는 장치로 위장의 한 부분에 작은 구멍을 내고 위장과 외부를 연결한 관)을 통해 영양식사와 물을 공급하고, 수시로 기저귀를 갈아줍니다. 이 정도의 심한 장애를 가진 아이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는 보기 드물지요.


[라온반(1학년) 아이가 칠판에 그린 그림]


저는 보통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40년 넘는 동안 교육하는 일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근무했던 교실과 학교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있어서 특수교육이 낯설지 않지요. 하지만 특수학급을 담임하여 아이들을 따로 교육한 일은 없었던 터라 이 아이들과 아이들을 중심으로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매우 특별하고 새로운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인생 2 모작이라고도 하는 퇴직 후의 교직 생활에서 만난 '도담반 아이들과의 특별한 1년 살기'가 기대됩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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