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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벨라 Apr 17. 2023

2023 LA 마라톤을 달리다

내가 달린 마라톤(2) LA 마라톤

2023년 3월 19일. LA 풀 마라톤(26.25마일, 42.195km)을 달렸다.


다저스 구장에서 시작된 마라톤, 출발시간 7시에 서기 위해 나는 새벽 1시에 일어났다. 아침을 밥과 김치로 조금 먹고 샤워하고 이것저것 준비물 제검토하고 3시에 집에서 출발하였다. 응원하러 산호세에서 온 딸과 남편 마이클을 데리고 운전하여 종착점인 센츄럴 시티에 도착하니 새벽 4시. 그들을 두고 나는 버스를 타고 다저스 구장에 도착하였다. 날씨는 화씨 52도(섭씨 11).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달리기엔 좋은 새벽날씨였다. 기다리는 텐트 안에서 주체 측에서 준비해 준 베걸을 크림치즈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향기로운 커피로 다시 아침을 하다. 바나나도 하나.


여기까지 오기에 곡절이 많았다. 42살에 달리기를 시작한 나는 그동안 총 13번의 풀마라톤(26.25마일, 42.195km)을 뛰었다. 이번이 14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시작하는 달리기였다. 나는 좌골신경통 때문에 지난 7년은 서 있기에도 아파 어디를 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5년 전부터 이렇게 주저앉을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걷기 시작하였고 허리근육을 든든히 하는 운동으로 허리를 강하게 하여 주고 작년에 LA마라톤에 신청하였다. LA마라톤은 오래전부터 뛰고 싶었던 마라톤이었다. 특히 한국타운이 큰 이곳을 가로질러 뛴다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라톤 있기 5일 전에 어지러움증으로 넘어져 갈비뼈 4개가 금이 났던 것이다. 너무 속상했으나 아무래도 마라톤이랑 인연이 다 했나 싶었다.


그래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나이가 66살이 되니 점점 초초함이 오기시작했다. 달리기에는 나이가 많나 싶었다. 다시 2023년 LA마라톤에 신청하고 너무 뛰기보다는 많이 걸어주고 허리 운동에 힘을 줬으며 마라톤날을 앞두고 척추교정사에게도 찾아가 두 달 동안 임시 치료를 받기도 했다.


LA에 살고 있는 아들은 마일 3에서 거리로 나와 달리는 엄마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여기에 한 장 올렸다)

주로 마일마다를 글로 적는 편인데 이번은 그렇지가 못하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걸고 뛰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 군데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길이 있어 거기서 지루해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기억을 못 한다. 그 정도로 정신없이 걷고 뛰었다. 다행인지 간혹 비가 오기도 했다. 비 맞으며 뛰고 걷는 기분은 뜀꾼이라면 이해하리라.


펄펄 나르듯 3 마일까지 뛰었으나 그 뒤부터는 온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해 쩔쩔매면서 걸었다. 다행히 걷기 연습도 많이 했기에 걷다가 좀 괜찮으면 뛰고 또 걷고 하여 마칠 수 있었다. 당뇨가 있는 나는 당이 내려갔으면 어쩌나 하여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힘이 남아 있었다. 지치지 않았다. 배고픔도 없었다. 신기하게 걱정했던 허리아픔도 없었다. 그러나 두 손은 퉁퉁부어서 붓기가 삼일동안 계속되었다. 퉁퉁부은 손으로 한 시간 운전하여 집에까지 왔다.


끝까지 기다려준 딸과 남편에게 고마움 전하고 사진을 찍어준 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내년은 어떻게 하나? 고민 중이다. 다시 뛰어야 하는지 아니면 해 보았으니 이젠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이다. 정작 뛰어보니 나이 66살은 많은 나이가 아니었다. 나보다 많은 나이에 뛰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가웠다. 나이 많은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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