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사년 유월 사일 화요일 오전 10시경.
오늘 일 안 나갔다. 발바닥에 자리 잡은 티눈에 염증이 도졌다. 고름이 찼는지 도라에몽 발처럼 부풀어버렸다. 절뚝이며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타왔다. 시장 바닥 아줌마들이 나를 측은하게 바라본다. 처음보는 요구루트 아줌마가 요구르트 전기차로 집까지 날라다 줬다. 고놈 잘 굴러간다. 면도도 안 한 시커먼 덩치 놈이 아침부터 요구루트 아줌마 뒷춤을 잡고 날라다 지는 진풍경이 나와버렸다. 동네 창피했다.
주식은 비리비리하다. 5월 중순 어느 비 오는 날 깊은 밤, 눈웃음을 치며 날 침대로 데려갔던 여자는 알고 보니 지 남자친구와 교통정리가 안된 상황이었다. 싸한 느낌에 진작 끝내지 않았더라면 피곤한 삼자대면이 일어났을지도. 이 딸랑구는 남자들 괴롭게 만든 다음, 햇빛 맞으며 놀러 다닌다고 바쁜 것 같다.
나 참.
그럼에도 좋은 하루이다. 그럼에도.
가족은 건강하고, 나도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최악은 아니다. 손가락은 멀쩡하니 글도 쓸 수 있다. 그리고 글 쓰는 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렇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오늘 쓸 이야기는 머리 아픈 기술적 경제 내용이 아니다. 인간의 상태에 관한 글이다.
발바닥에 염증 고름이 차면, 밤새 아프다. 잠을 설치게 된다. 그리고 발바닥에 염증이 도지는 것은 병으로 쳤을 때, 그렇게 중한 병은 아니다. 중한 병은 사고로 인한 응급외상도 있고, 암도 있다.
이 정도 경미한 증상도 사람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끼치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누구나 언젠가는 몸이 망가진다. 아무리 관리를 잘하더라도. 그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그러하다면 이치는 간단하다. 멀쩡할 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어디 좀 아프다고 가만히 있기에는 아직 팔팔한 나의 시간이 아쉽다는 이야기가 된다. 논리가 그렇다.
나는 재미있는 것이 재미없다.
게임, 술, 여자, 여행, 맛집, 호캉스, 자동차. 그런 것들에 대단한 감흥은 없다. 내가 어떠한 양질의 자극을 받는 것은 내 공동체 구성원이 나로 인해 안락, 평화, 재미를 찾고 있는 모습을 관찰자의 시각으로 볼 때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있다. 요즘따라 많이 느끼는.
꼬맹이들이다. 아이들이 칠레 팔레 뛰어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이 시대에 보기가 귀한 장면들이다. 가끔 길에서 자빠라지는 아기들이 있으면 일으켜 들어주는데, 짧은 팔다리를 공중에서 파닥거리는 걸 손목으로 느끼고 있으면 기특한 좋은 마음이 든다.
내가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하는 게 있다.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괜찮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시대에 결혼을 한 한쌍은 대부분 할 만해서 한 것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모는 노후 준비가 되어있을 확률이 높다. 더해, 그 한쌍에게 무언가를 물려주었을 확률도 높다. 전셋집을 해준다던지, 차를 하나 해준다던지 하는 일들이다.
그 한 쌍은 충분한 자원 속에서 전문직 자리를 꿰찼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그네들 늙었을 때도 괜찮을 것이다. 그래서 2세의 3세들 또한 큰 문제없는 삶을 살게 될 확률이 높다. 책임져야 할 것이 없으니까.
문제는 그러한 조건을 갖지 못한 3세들이다. 없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작가가 '언더독'이다. 나는 명확한 쓰임새가 있다.
이리저리 돌리지 않고 그냥 직설하고 싶다.
이들의 미래는 어둡다. 범죄, 정신 질환, 자살 등으로부터 그들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 이제 세상에 갓 나온 아이들에게 이 무슨 나쁜 소리를 하냐며 나를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날 비난하지 말라. 이것은 선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꼬우고 왜곡하며 한 번뿐인 청춘을 허비시키는 게 만드는 것이 악한 것이다. 문제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그대로 인식하게 한 다음, 상식적인 대처를 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선한 것이다. 그들의 삶에 필요한 것은 정신과 치료, 위로, 합리화가 아니다. 물리적인 개선, 희망, 비전이다.
그를 이루기 위해 가장 핵심적으로 필요한 것은 지식, 정신, 강인한 육체이다.
자본주의 공략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거,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이 필요하다. 이것도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다.
때로는 정신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초월하는 강인한 육체가 필요하다. 이것도 내가 도와줄 수 있다.
오늘 오전은 '정신'에 대한 글을 쓰며 마쳐볼까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것을 반쯤 내려놓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 잘 풀어서 설명해 보겠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Semi-depressed'라고 할 수 있겠다. 매시간 반쯤 우울한 상태에 있는 것은 강력한 정신이다. 좋은 일 또는 나쁜 일이 일어나든 말든 별 신경을 안 쓰는 정신 체계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반쯤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을 가지면, 어떠한 충격이 와도 생산적인 행위, 최선의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어차피 반쯤 포기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특히 나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고통, 고독, 인내, 좌절, 압박감, 스트레스를 자초하는 삶을 산다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쓰나미가 덮쳐오게 되어있다. 나에게도 예외가 없었듯이, 이 길을 걷는 후발주자들에게도 예외가 없을 것이다.
예컨대, 주식 평가손이 몇 천만 원 마이너스가 나있거나, 몇 백만 원 치 수입 상품 재고가 세관에 묶여 수십 건의 주문 배송에 실패할 위기에 처하거나, 위험한 일터에서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을 겪는 것 따위를 말한다.
긍정 운운하며 배실거리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이런 거 못 견딘다. 자폭하거나 나가떨어진다. 내가 자주 봤다. 자폭하거나 나가떨어지면, 물리적인 개선은 실패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강인한 정신이 아니라고 한다.
앞서 말한 정신은 악재가 발생하면, 사고 행동 구조가 이렇게 된다.
1. 악재가 발생한 것을 인지한다.
2. 담배 피운다.
3. 혼자 욕한다.
4. 다시 일한다.
5. 다 포기하고 잠도 잘 잔다.
6. 일어나면 담배 피우고 욕한 다음 다시 일한다.
7. 다른 악재가 연이어 발생한 것을 인지한다.
8. 담배 피운다.
9. 혼자 욕한다.
10. 다시 일한다.
이것이 3년 5년 10년 유지가 되면 물리적인 개선이 일어난다.
실전에서 작동하는 방식이기에, 강인한 정신이다. 악재가 덮쳐도 생산성을 해칠 만한 데미지가 없다. 이젠 더 나빠질 것도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만 쓰련다.
빨래 널고 푸시업이나 잔뜩 해야겠다.
Imperial - Prodigal
https://www.youtube.com/watch?v=qGmaaio5aks
'언더독' 총회 - 사전 수요 파악 중
24.06.04 현황 : 4명 의사 有
장소 : 서울 / 시기 : 주말 중 / 비용 : 미정
추가 희망하시는 분 댓글 남겨주세요. 확정이 아닌, 사전 수요파악입니다.
머리수가 더 모이면 진행하겠습니다. 생각보다 공유 오피스 대여 비용이 숭악하네요. 개개인에게 많은 비용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