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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Jul 19. 2023

사회적 이해도가 높으나
지시이행이 어려운 아이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 감정기복이 큰 아이

얼마 전 검사한 5세 여아,
첫인상은 호기심에 찬, 웃는 모습이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무엇을 하게 될지 궁금해하며 검사실로 들어오고 싶어 하였으며, 어려움 없이 보호자와 분리를 했습니다.

입실 후 라포형성을 위해 질문하는 것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답했고 검사를 시작해도 되겠다는 판단하에 첫 번째 검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첫 번째 검사 초반 아이는 자신감 있게 수행하며 관심을 표현하였으나 후반에 어려운 문제가 나오기 시작하자 검사도구를 흩트리며 "하기 싫어. 안 할 거야."라고 강하게 거부하였습니다.

첫 번째 검사를 정리하고 두 번째 검사를 준비하는 동안 아이는 저에게 "미술 언제 할 거예요?"라고 질문하였으며, 이때 저는 어머니께서 여기 오기 위해 미술 하러 간다고 설득하셨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에게 미술은 다 끝나고 할 수 있다고 다독이며 두 번째 검사에 들어갔고 아이는 제 질문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질문은 이해하지 못해 오답을 말한다기보다 세밀하게 이해해야 하는 질문을 이해하기 귀찮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세 번째, 네 번째 검사에서도 쉬운 건 대답하지만 어려운 건 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어필했고,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진행하였습니다. 

쉬운 검사를 진행할 때도 아이의 기분이 시시때때로 변해 불안정하게 검사를 진행하였고,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빠르게 진행하였습니다.

그렇게 다섯 번째 검사, 단순하게 기억만 하면 되는 검사였지만 아이는 하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겨우 설득해서 진행했고 생각했던 결과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이때 느꼈던 건 아이가 흥미 없는 것에 대해 지시를 따르기 힘들어하는구나였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따르는 것을 힘들어하였고 자신이 이 상황을 주도하고 싶어 하였습니다.


검사를 진행하면서 화장실에 가겠다며 뛰쳐나갔고, 배가 아프다며, 엄마 보고 싶다며 뛰쳐나갔습니다.

그러다가 검사 중반즈음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표현하였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엎드렸습니다.

저도 더 이상은 어렵겠다고 판단하였고 대기실에 계시는 어머니께 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어머니는 검사를 끝까지 하기를 원하셔서 아이를 설득하였으나 아이는 엄마를 때리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습니다. 당황하시는 어머니에게 아이를 설득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저는 혼자 검사실로 들어왔고 시간이 흐른 뒤 아이도 혼자서 검사실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아이는 다시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하였고 착석해서 저를 기다렸습니다.

저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시 검사를 진행하였으나 아이는 여전히 단순 지시수행(정해진 곳에 도장 찍기, 특정한 것을 외우기) 이 어려웠고, 어려운 건 도구를 흩트리며 하기 싫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검사가 끝났고 검사결과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전반적으로 우수한 아이이며 능력은 출중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언어적 추론능력과 사회적 이해도, 표현력의 점수가 높은 것, 단순 지시수행과 관련된 소검사의 점수는 낮은 편이라는 것입니다. 


아이의 특성을 요약해 보자면

눈치가 빠르고 사회적 상황을 잘 이해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주장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지시를 따르기 힘들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검사 도 중 하기 싫어하는 마음을 강하게 표현하고 밖으로 나갔지만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선생님들의 난감한 표정도 읽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아무렇지 않게 검사실로 들어와 나머지 검사를 진행했지만 감정기복이 큰 아이는 하기 싫은 자신의 마음을 또 강하게 표현하였습니다.


결과를 처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아이를 다시 만났을 때, 아이는 저를 보고 반가워하였으며 안기기도 하였습니다. 아마 미안한 마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1. 타인의 지시를 따르는 법을 배우게 합니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지시를 따라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연습하기 위해 가정에서도 심부름하기, 지시를 따라 움직이기 게임하기, 규칙이 있는 게임하기, 운동경기 하기 등의 경험을 통해 도와줍니다.

또한 아이가 중간에 자신이 만든 규칙을 적용하고 싶어 한다면 몇 번까지는 정해진 규칙을 하고 바꿀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기다리게 합니다.)->자신이 주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어느순간 규칙을 정하는 주도권을 가져옵니다.


2. 사회적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고, 이것을 명확하게 짚어주어야 합니다.

검사가 끝난 후 아이가 마음을 바꿔주어 끝까지 해낸 것에 대해 칭찬을 할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것 같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막연한 칭찬으로만 넘어간다면 막연한 불안감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칭찬도 해주시고 검사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시고 아이의 어려웠던 점도 이야기 나누시고, 어떻게 하면 좋았을지도 같이 자세히 이야기 나누어 주세요.

3. 끈기와 인내심을 기릅니다.

평소 기다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인내심을 길러봅니다. 아이가 요청한 것에 대해 바로 해주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일을 처리한 뒤 해줄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또한 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려운 활동을 부모님의 도움으로 끝까지 해내고 그다음 날 스스로 하여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줍니다.(아이가 전혀 할 마음이 없고, 할 수 없는 과제는 도움을 적절히 주고 해내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입니다. 적절한 비계를 설정해 주세요.)


4. 적절한 감정표현 방법을 배웁니다.

감정기복이 큰 아이이기 때문에 화를 내기 쉽습니다. 그럴 때 화를 내기보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선생님, 저는 어려운 게 나올 때 힘들어요. 엄마를 만나서 조금 마음을 풀고 들어오고 싶어요.", "저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보다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어요. 도장을 다른 곳에 조금만 찍고 시작해도 될까요?" 등등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좋습니다.

5. 주변에서 듣는 칭찬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해줍니다.

아이는 똑똑한 편이며 유치원에서도 그런 평가를 받아 발표를 할 때도 도맡아 한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똑똑하다는 평가에 익숙하며 똑똑하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모든 걸 제일 잘할 수는 없기에 아이가 왜 그런 칭찬을 받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설명을 할 때는 아이의 노력을 부각해 설명해 주시고 유치원에서도 막연한 칭찬 "너 정말 똑똑하다. 네가 제일 잘하니깐. 등등."은 피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6, 자신에 대해 잘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사회적 이해도가 높은 아이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조금 더 빨리 도와주셔도 됩니다. 

엄마, 아빠의 잘하는 점, 못하는 점을 오픈하시고 못하는 걸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 이야기해 줍니다.

아이에게도 물어보시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점을 말했을 때 함께 노력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봅니다. 그리고 누구나 잘하고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세요.(아직 자신의 어려운 점을 말하지 못한다면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거나 위인전집을 자주 읽혀주세요.)

 

부정적 특성이 두드러지지만 도와주면 갖고 있는 좋은 특성이 굉장히 많아 훌륭하게 발휘될 아이입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더욱 더 성장된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합니다.^^



더 많은 글을 보시려면 : 라엘엄마의 육아일기 (withla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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