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적 성향, 낯가림, 긴장에 의한 언어 능력
오늘 검사한 아이는 6세 남아로
의뢰목적은 아이의 능력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단정한 용모의 아이는 낯가림이 없고 순응적이었습니다. 검사시간 동안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과제를 수행하였고 감정의 기복도 크지 않았습니다.
집중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언어적으로 질문할 때 이해가 되지 않거나 오답을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검사 결과는 시각적 능력은 매우 우수하나 언어능력이 평균 하 수준으로 언어적 이해, 추론능력, 어휘력, 책 읽기 등 모든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담 시 어머니께서는 아이의 특성에 대해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하며 모범적인 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는 선생님에게 잘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생님에게 부정적인 얘기를 들었을 경우 스트레스를 받고 소심해진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기관 등원 거부도 종종 일어났고 충분한 설명을 반복해서 해주어 지금은 다소 나아진 상태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아이의 특성을 듣고 결과 상담에 들어갔고 언어능력이 평균보다 낮은 수준인 것에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셨습니다. 문해력이 중요하다 생각해서 책을 꾸준히 읽어주었고 독후활동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언어이해 능력이 약합니다.
왜 그럴까요?
책을 꾸준히 읽고 상호작용을 했는데 언어가 약한 것은 외부적인 요인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추측해 보았습니다. 그 순간 떠올랐던 건 '완벽주의적 성향'이었습니다.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아이라면 완벽한 대답을 하기 위해 질문을 편하게 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편하게 듣지 못했다면 문장이 이해되면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문장 자체의 소리로 들리며 이해에 방해가 됐을 것이고요.
보통 완벽주의적 성향의 아이들은 관찰 시 그 특성이 보여 파악이 되는데, 이 아이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고 온화한 미소와 행동, 안정적 태도 때문에 정서적인 문제없이 검사가 진행되었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베이스에 깔고 있었고 그 두려움을 토대로 일상이 지속되며 대충 듣고 대충 말하는 것이 익숙해져 겉으론 표출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면 이 아이는 뭐부터 해야 할까요?
1. 완벽주의적 성향 잡기
완벽하게 대답하고 수행해야 한다는 강박은 아이를 힘들게 만듭니다.
이 생각을 "나는 잘하는 것도 있고, 못해서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있어."라는 생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모두 못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있으며 잘하는 건 어떤 부분에서 좋고, 못하는 건 어떻게 노력을 해야 하는지 꾸준히 알려주고 대화하셔야 합니다.
더불어 위인전집을 읽으며 어려운 시절을 노력으로 극복하고 잘 된 케이스를 들려주시면 좋습니다.
또한 과정이 중요한 활동을 하시며 결과보다 과정이 더 즐겁고 행복하고, 많은 걸 알게 해 주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세요.
*완벽주의적 성향에 대한 자세한 글은 제 브런치 스토리 목록에 있습니다.
2. 청각 훈련 하기
긴장으로 인해 잘 듣지 못했던 듣기 능력이 이제는 습관화가 되어 부주의하게 듣게 되었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청각 활동으로 주의집중을 기르고 듣기가 편해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해볼 수 있는 활동은 충분히 대화하기, 오디오북 들어보기, 여러 개의 심부름을 듣고 수행해 보기, 듣고 외우는 활동 해보기(하루에 여러 번 꾸준히 들려주어 일주일에 한 문장 외워보기), 청각게임하기, 눈을 감고 부모님이 읽어주시는 책 들어보기 등이 있습니다.
3. 생각해 볼 수 질문하기
아이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토의를 해 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토의를 하며 육하원칙을 사용한 문장으로 바로 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이 아닌, 질문을 계속 곱씹으며 생각해야 답이 나오는 질문을 해 보세요.
예를 들어 버스에 대해 토의를 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버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버스 정류장, 버스 노선, 버스 번호, 버스 탔을 때 예절, 버스를 타 본 경험, 버스의 생김새, 버스의 편리함 등일 것입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버스 정류장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토의를 시작하셔도 되고, 버스를 타러 가서 직접 타보며 토의를 시작하셔도 됩니다.
버스는 어디서 타는 걸까?/ 버스는 왜 타는 걸까?/ 버스는 어떻게 탈 수 있을까?/ 버스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까?/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많은 사람들이 탄 버스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버스는 언제 타보았니? 등 비슷한 질문 같아 보이지만 대답은 다 다릅니다.
미묘하지만 정확하게 이해해야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자주 던져주세요.
4. 생활동화, 인성동화 읽고 다양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할 까봐 잘 듣지 못하는 아이들은 상황을 이해하는 융통성도 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보다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더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생각하는지를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뿐만이 아니라 생활에서 일어난 속상한 상황에 대해서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며 이해시켜 주시길 바랍니다.
앞서 말씀드린 아이를 예로 들자면 그 아이는 수영학원에서 열심히 하지 않아 스티커를 못 받았다 합니다.
속상해서 수영을 그만하고 싶기도 했고 선생님이 다음엔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시며 다시 스티커를 주어도 소심해져 적극적으로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때 아이에게 "뭐 그런 걸로 안 다닌다고 그래. 다음에 열심히 하면 되지."라는 반응이나 "엄마 혹은 아빠가 선생님한테 스티커 주라고 말할게."라고 말하는 것은 좋은 반응이 아닙니다.
조금 더 명확하게 "선생님은 너희가 열심히 하길 바라시나 봐. 열심히 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시려고 스티커를 사 오셨나 봐. 그런데 선생님 눈에는 00가 열심히 안 하는 것처럼 보였나 봐. 왜 그랬을까? 열심히 하기 힘든 이유가 있었니? 아님 선생님이 오해하신 걸까?"라고 설명해 줍니다.
아이가 오해라고 말한다면 어머니께서 관찰하신 내용을 얘기해 주시거나 열심히 하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세요. 아이가 힘들어서 그랬다고 말한다면 선생님에게 가서 "오늘 몸이 안 좋아서 그랬어요. 다음에는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하도록 지도해 주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스티커를 받는 것보다 어떤 학원에서든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내가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실력이 향상된다면 선생님의 평가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라고 전달해 주세요.
언어능력이 약한 이유는 다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녀가 책을 많이 읽고 이해도 잘하는데 시험을 잘 못 본다면 이런 부분도 살펴보세요.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으시어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글을 보시려면 : 라엘엄마의 육아일기 (withla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