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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May 13. 2022

[문종필의 오늘 만화]-전쟁 그만!

올가 그레벤니크의 『전쟁일기』와 나카자와 케이지의 『맨발의 겐』

올가 그레벤니크의 『전쟁일기』와 나카자와 케이지의 『맨발의 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러시아에 귀속된 나라임을 강조하면서 명분 없는 전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구로카와 유지는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2022)에서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소련이 스스로 붕괴해가는 과정에서 무임승차한 면이” 강하다는 점을 연구자 입장에서 지적했지만, 이러한 이유만으로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 침략이 옹호될 순 없다. 전쟁은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 어린아이의 꿈을 생각해 보지도 않고, 행복한 가족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고민해 보지도 않고,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전쟁을 일으켰다. 이미 엎질러진 선택의 결과물은 세계 곳곳에 펼쳐졌으니 러시아군은 바닥에 뿌려진 '죄'를 어떻게 주워 담을 수 있겠는가. 전쟁의 목적이 어찌 되었든지 피해는 온전히 전쟁과는 무관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향한다. 우리 또한 한국전쟁을 겪은 민족이니 전쟁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테다. 모든 러시아인들이 전쟁에 동참하지는 않았겠지만, 씻을 수 없는 죄와 부끄러움은 오래도록 품을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전쟁에 대한 참혹한 민낯을 예술적 행위를 통해 기록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언어로, 붓을 든 사람은 그림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이라면 음악으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말풍선으로 자신이 보고 듣고 겪었던 전쟁의 흔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작업을 통해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후속세대에게 전달하고, 전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상대를 설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 지면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두 편의 만화를 소개한다.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올가 그레벤니크의 『전쟁일기』(2022)는 러시아 침공 이후, 피난 가는 과정을 그림과 글로 기록한 현장의 눈물이다. 피난 열차 안에서 아이들은 울고, 엄마는 눈물을 삼키며 아빠를 기다린다. 하지만 우리는 아빠가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는 조국에 남아 나라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이 일기를 적는 이유는 “전쟁 그만!”이라고 외치기 위해서다.”라고 울부짖는다. 올가는 많은 러시아인들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나카자와 게이지의 『맨발의 겐』(2000)이 답변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상공에 터진 원자폭탄에 대한 피해를 다뤘다. 한국에는 2000년에 번역되어 10권으로 출판되었으니, 이미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을 것이다.

주인공 겐은 당시 전쟁 책임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독설을 내뱉는다. “만약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의 파괴력이나 참상이 없었다면 천황이나 전쟁지도자들은 못 이길 걸 뻔히 알면서도 계속 전쟁을 했을 거야. 병사들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 천황을 위해 싸우다 개죽음 당했을 게 뻔해”라고 말이다. 전쟁을 위한 목적이 '천황'이라는 한 평범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지도자들의 선택은 막대한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 곁에 놓인 이 전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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