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존 나무도감들을 보면 대부분이 한국에서 자생하는 나무들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도입되어 우리 땅에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는 원예종들은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한다는 나무들조차도 과연 우리나라에서만 자라고 있는 순수한 우리 토종인 것이 맞을까요? 우리 사회도 이미 다문화 시대가 된 지 오래이며, 수입 소도 국내에서 6개월 이상만 키우면 국내 소로 인정하여 한우로 팔리고 있는데 해외에서 도입되어 수십 년이 넘도록 우리 땅에 뿌리내려 자라고 있는 원예종도 마땅히 우리 자원이 아니던가요?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나무 중에서 / 박승철 저 / 글항아리]
오래간만에 인천공항 가는 길. 공항버스에 묘한 설렘이 가득했다.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건 오로지 나, 혼자였다.
-줌바 예선 대회 때문에 연습이 있다니까. 니가 좀 데리고 와
-싫어.
-너도 어학 연수할 때 신세 졌잖아.
-나도 바빠!
-알았다, 알았어. 교통비에다 십, 더 줄게. 오케이?
-지금 바로 톡으로 송금해 주면...
부르르~~
미쳐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엄마는 돈을 보냈다.
그 녀석, 엄마의 오랜 친구의 아들.
팔 년 전, 시드니로 어학연수를 갔다. 호주가 처음인 나를 위해, 오래전 거기로 이민을 간 ‘양양이모’라 불리는 그녀와 그 녀석이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
커다란 캐리어 두 개를 낑낑 끌고 나오는 나를 ‘양양이모’는 한눈에 알아보고 달려왔다.
-웰컴! 힘들었지?
-아니요. 재밌었어요.
-너도 누나한테 인사해야지.
-... 하이.
그 녀석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손가락 몇 개를 대충 흔들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이모는 이런저런 질문을 했지만 호주의 생경한 풍경에 정신이 팔린 나는 건성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거실에 이모가 부탁한 물건과 선물을 늘어놓았다. 연신 감탄과 감사 인사가 쏟아지는 그곳에서 벗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집에 오는 길 내내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영어로 떠들어 대던 그 녀석의 방 앞을 지날 때였다.
-누나는 무슨. 야! 발육이 달라, 김치만 먹어서 그런가 봐. 에이컵이야, 아니 소문자 에이야. 텄어. 딴 데 가서 알아봐.
입국장 자동문이 승객이 나올 때마다 쉴 새 없이 여닫혔다.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불쑥 솟은 큰 키의 그 녀석을 발견했다. 순식간에 오르내리는 그 녀석의 시선을 느꼈다.
후드 티에 인쇄된 커다란 꽃에 가려진 내 가슴을 내려다봤다. 그 녀석에게 한국에서 도착하자마자 실망을 안겨줬다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