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 밑에 잠자는 아기 깨우지 말고 곱게 불어라 따뜻한 봄날에 노곤히 누워 나비 떼와 함께 꿈꾸며 놀 때 애처로이 그 잠 깨우지 말고 가만히 솔솔 불어오너라 잔잔한 시냇물 졸졸 흐르고 청명한 하늘엔 종달새 울 제 꽃 속에 잠들어 꿈꾸는 아기....." 노래를 열심히 부르던 춘식이 울먹이며 노래를 멈춥니다.
눈치 빠른 성윤이 어머니가 춘식이를 격려하며 박수를 칩니다.
"역시 우리 춘식이는 신동이라니께. 우에 노래를 이래 잘 하노?!!"
"홍난파 선상님이 울 춘식이 위해 이 노랠 만들었다니까..."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춘식이를 응원하며 한 마디씩 합니다.
하지만 춘식은 여전히 눈물을 글썽이며 시무룩합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노래를 이어 갑니다.
어린 춘식이가 동생의 생각을 한 걸까요?
하지만 눈물을 꾹 참고 춘식이는 노래를 잘 마무리합니다.
노래를 마치고 돌아오는 춘식을 윤석이 반깁니다.
"춘식아~ 노래 잘했다. 우리 춘식이 가수님이네....."
"..........."
"울 춘식이 와? 와 그리 기분 안 좋나?"
".............."
춘식은 말이 없습니다.
"춘식아~ 와 그라노? 어데가 아프드나?"
"아이다. 별이..... 별이가 보고 싶습니더."
윤석과 순이는 순간 얼어 버렸습니다. 가슴이 먹먹하고 뭉클해지는 윤석과 순이입니다.
세 사람은 한참 동안 말을 못 잇습니다.
얼마 후 마음을 추스른 순이가 입을 엽니다.
"춘식아~ 별이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데이. 별이가 별이 되어 하늘에 있지만 별이의 별빛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는 거여. 그래서 춘식이 노래도 듣고 우리 이야기도 듣는겨. 그라니께 너무 슬퍼하지 말자."
춘식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잠시 후 사회자가 앞으로 나옵니다.
그러고는 참가상부터 1등 상까지 소개를 하고 차츰 해당자를 호명합니다.
참가상~ 3등~ 2등~
차츰 노래를 잘한 사람들이 호명되었습니다.
드디어 1등 만을 남겨 놓고 있는데요.
곧 1등을 한 이를 호명합니다.
"오늘의 1등은~~~ 노래 신동 춘식~~~~~"
동네 사람들이 박수를 칩니다.
춘식이가 일어나 앞으로 나갑니다.
"아이 아이됩니더. 춘식이 아부지 같이 나오이소"
윤석은 춘식을 따라 앞으로 나갑니다.
"오늘의 1등은 우리 춘식입니더. 춘식아 상 받그라.
쌀 한 가마니데이~
어무이한테 맛난 거 많이 해달라 케라. 많이 묵고 쑥쑥 커야한데이~"
동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웃습니다.
윤석은 쌀 가마니를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무이~ 아부지~ 춘식이 떡 먹고 싶어요."
"떡 먹고 싶나? 알았다. 햅쌀로다 떡 맹글어 먹자."
순이는 상으로 탄 햅쌀로 떡을 만듭니다.
그러고는 동네 사람들에게 그 떡을 돌립니다.
이렇게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들입니다.
"이보게~ 윤석이 나날이 매출이 오르고 있네 그려."
"모두 자네들이 수고해 준 덕 아니겠나~"
"우리 엿이 읍내에서 젤루 맛있는 엿이어서 찾는 이들이 많다니까..."
"그러게 시국이 어수선하고 우울한데 우리 공장만 잘 되는 거 같네..."
"그래서 걱정일쎄.... 일본이 전쟁을 하는데 왜 우리나라가 전쟁 만난 나라인 양 침울해야 하는 건지.... 원."
"또 무슨 이유도 우리 재산을 갈취해 갈는지....."
"자자~ 좋은 날 우울한 얘기일랑 그만들 하고 한잔씩 하시게들~"
"앞으로도 오늘만 같아라~~~~"
"앞으로 더 좋은 일만 많아라~"
공장 식구들은 국밥을 먹으며 막걸리 한잔씩을 마십니다.
"올해는 그래도 마을에 풍년이 들어 한시름들 났네 그려.
"왜 아닌가.... 하늘이 우리를 돌보시는 게지...."
공장 식구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합니다.
온종일 수고한 이들이기에 이 시간이 더욱 달고 맛이 납니다.
즐거운 모임을 파하고 윤석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니 이보게 자네~
우째 도과 저 사람이 아직 자네 공장에 머무는 것인가?"
전당포 주인장이 방금 전 도과와 헤어진 윤석을 붙들고 말을 합니다.
"예, 어르신~ 도과 저 친구가 제40년 지기 아입니꺼?
그런 친구를 어델 보내겠습니꺼?
허물이 있다 해도 친구인 것을요."
" 아니 허물도 보통 허물인가?
내 집안의 웬수와 우째 한 지붕 아래 있냔 말이네"
"그거이 무슨 말씀입니꺼?
집안의 원수지간 까지는 아닙니더."
"동생을 잡아먹었는데 뭔 소리고?
자 동상이 자네 동상을 그리 만들었는데 자넨 저 집안사람들을 보고 싶은 겐가?"
윤석은 놀라 전당포 주인장을 쳐다봅니다.
"내가 봤다. 도식이랑 윤철이가 장부 같은 걸 손에 들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도식이 가가 윤철이를 야무지게 밀었다. 그래 가가 윤철이가 돌에 머리를 부딪히던데..... 자네도 알고 있었던 거 아이가?"
"어... 어르신....
지금 무신 말씀 하시는 겁니꺼?
그..... 그러니까 울 윤철이를 해한 사람이 일본 순사가 아니라 도식이라 하시는 겁니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