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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by Unikim Jan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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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일 있습니꺼. 춘식 아부지...

와 이러십니꺼...."

윤석은 순이를 쳐다보지만 멍하게 응시만 할 뿐 영혼이 없는 모습입니다.

"춘식 아부지 와 익 캅니까?"

안절부절못해하는 윤석을 보며 불안한 순이가 또 묻습니다.

"아이다... 술이 올라와 가 그란다."

"많이 드셨습니꺼?

"아이다~ 쪼매 마셨다.

피곤타~ 어여 자그라.

나는 쪼매 살필 것이 있네 그려."

윤석은 순이를 들여보내고 윤철의 방으로 들러 갑니다.

밤새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윤석입니다.

이른 아침 윤석은 어딘가를 향해 갑니다.


"아니 이게 누군가?

이른 아침부터 여긴 웬일인가?"

"어..... 그저......"

윤석은 과수원 비탈을 응시합니다.

"그런데 자네는 이른 아침 무슨 일인가?"

"난 과수원을 좀 둘러보러 왔네."

"지난번에 말하던 그 일 때문인가?"

"음.... 그렇다네. 사업을 좀 벌여 보고 싶은데 시절이 하 수상하여 이리저리 두드려 보고 있는 중이네."

"자네가 사업을 시작하면 우리 공장은 어쩌란 말인가?"

"허허... 왜 이러나 이 사람.....

공장엔 자네도 있고 나 말고도 일할 사람이 많지 않은가....

사업을 시작해도 바로 공장 일을 그만두진 않을 걸쎄."

"걱정 말게~ 자네를 보내려니 서운해서 내 해 본 말이네 그려.

좋은 일로 나가는 건데.... 나도 자네 일이 잘 되도록 돕겠네....."

"허허~ 고마우이. 친구

저.... 그런데 말일쎄...

실은 내가 좀 들은 말이 있는데...."

"무슨 말인가...?"

"저..... 얘기를 꺼내는 게 맞나 싶네만 뭔가 좀 맘에 걸려서...."

"걸리다니? 뭐가 말인가?"

"윤철이 말일쎄. 윤철이가 다치던 날....

여.... 과수원 주인 양반이 누구를 좀 봤다고 하던데..."

"누구라니?

그게 누군가?"

"그날 밤 웬 사내 넷이서 이 과수원에 있었다고 하더라고...

주인 양반이 과수원에 볼일이 있어서 석식을 마치고 과수원에 나왔었는데

웬 사내 넷이서 과수원에 있다가 저리로 내려갔다고......"

"그 네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는 겐가?"

"그것이.... 낯이 익는 듯도 하고 낯 선 이들 같기도 하고 그렇다 하던데...."

"가세나. 과수원 주인 분 좀 만나 봐야겠네."

윤석과 지만은 과수원 주인을 만나러 그의 집으로 갑니다.

"계십시꺼? 아무도 안 게십니꺼?"

"거~ 누구요?"

"접니다. 아제..."

"아~ 자네 왔는가?!!!

이 아침에 어인 일이가?"

"말 입니더... 일전에 말씀하신 거이...."

"와? 윤철이 일 땜에 왔드나?"

"예. 그날 보고 느끼신 것 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날..... 내가 채 마치지 못한 일이 있어가 여기 왔었는데

웬 사내 서넛이서 저 짝으로 걸어가던데

뭔가 두리번두리번 살피면서 가는 것이 하 수상터란 말일쎄."

"어~ 그날 나 그 형아들 봤는데?

우리 과수원에 뭐 갖다 놓고 갔어.

하부지가 뭐 갖다 놓으라 한 거 아냐?"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았던 아직은 어린 혁선이가 절뚝거리며 걸어오면서 말합니다.

손에 경련을 일으키며 어눌한 목소리로 힘들게 말을 합니다.

"그 형아들~ 사채꾼 똘마니들이야~"

"뭐? 혁선아~ 니 뭐라노?

확실히 본 기가?"

"내 봤다. 그 형아들이 같이 무거운 짐 들고 와가

저 짝에 놓고 굴렸다.

근디 형아들은 굴렸는디 사실 짐은 별로 굴러가지 않았다."

"그건 또 뭔 소리가? 뭐라카는데?"

"짐이 저 나무를 잡았다. 꼭 손이 있는 거 같았다."

순간 그곳엔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깨고 윤석이 물었다.

"저.... 그럼 그 사채 똘마니라는 형들이 누군지 아십니꺼?"

"그 거이.... 이 동네 사체꾼 아들이야 원체 많아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저... 혁신이라고 했지?"

혁선은 윤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입니다.

"혁선이는 그 형아들이 사채꾼 사람들인 거 어떻게 알았니?

"그냥~ 그냥 알지..."

"혁선아~ 그 형아들 어데서 봤드나?"

이번엔 지만이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음.... 엿공장~ 엿공장~"

집중이 흩어졌는지 혁선은 자꾸 딴 곳을 응시합니다.

"야가 뭐라카노? 별 것 아입니더... 귀 담아 듣지 마소."

"저 모두 몇 명이었어?"

"세명~ 네 명~

아니 다섯 명~~~"

다들 이 상황이 혼란스럽습니다.

"울 아 말은 너무 귀담아듣지 마소....

정확한 말이 아니데이..."

"이른 시간부터 실례가 많았습니더.

고맙습니데이..""

"들어들 가시게~"

"이겼어. 아저씨가 이겼어."

돌아가려던 두 사람은 다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봅니다.

"형아들이가 지고 아저씨가 이겼디."

"무~~ 슨 아저씨?"

"엿 공장 아저씨~ 엿 공장 아저씨가 이겼어."

혁선은 점점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지극히 옳은 증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석과 지만은 이상한 감이 들었지만 더는 실례를 할 수가 없어 찜찜한 마음으로 과수원을 내려옵니다.

"자네도 느끼고 있는 거지? 윤철의 죽음에 뭔가가 있다는 거?"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네."

"그니까 뭔가가 있네 그려."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있을지 몰라. 좀 더 알아봐야겠네."

"나도 좀 알아보겠네."

"고맙네....저...

부탁이 하나 있는데......

이 일은 우선은 자네와 나만 알면 좋겠네.

내 집과 공장 식구들을 이 사실을 몰랐으면 하네."

"걱정 말게나~ 여부가 있겠나"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거긴 아니지...."

윤석이 혼잣말을 합니다.

"자네 생각도 그런 겐가?"

"응, 무슨 생각 말인가?"

"역시 파출소에는 안 알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맞네. 일본 순사 쇼오타가 호시탐탐 내 집을 노리고 있네.

그 자에게 어떤 덜미도 잡히고 싶지 않네.

조금의 빌미도 주고 싶지 않아."

"내 입 조심 하겠네. 조용히 사건을 조사해 봄세."

"고맙네...."

서로 다짐을 한 두 사람은 공장을 향해 나란히 걸어갑니다.

과연 그날 밤~

윤철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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