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 일 있습니꺼. 춘식 아부지...
와 이러십니꺼...."
윤석은 순이를 쳐다보지만 멍하게 응시만 할 뿐 영혼이 없는 모습입니다.
"춘식 아부지 와 익 캅니까?"
안절부절못해하는 윤석을 보며 불안한 순이가 또 묻습니다.
"아이다... 술이 올라와 가 그란다."
"많이 드셨습니꺼?
"아이다~ 쪼매 마셨다.
피곤타~ 어여 자그라.
나는 쪼매 살필 것이 있네 그려."
윤석은 순이를 들여보내고 윤철의 방으로 들러 갑니다.
밤새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윤석입니다.
이른 아침 윤석은 어딘가를 향해 갑니다.
"아니 이게 누군가?
이른 아침부터 여긴 웬일인가?"
"어..... 그저......"
윤석은 과수원 비탈을 응시합니다.
"그런데 자네는 이른 아침 무슨 일인가?"
"난 과수원을 좀 둘러보러 왔네."
"지난번에 말하던 그 일 때문인가?"
"음.... 그렇다네. 사업을 좀 벌여 보고 싶은데 시절이 하 수상하여 이리저리 두드려 보고 있는 중이네."
"자네가 사업을 시작하면 우리 공장은 어쩌란 말인가?"
"허허... 왜 이러나 이 사람.....
공장엔 자네도 있고 나 말고도 일할 사람이 많지 않은가....
사업을 시작해도 바로 공장 일을 그만두진 않을 걸쎄."
"걱정 말게~ 자네를 보내려니 서운해서 내 해 본 말이네 그려.
좋은 일로 나가는 건데.... 나도 자네 일이 잘 되도록 돕겠네....."
"허허~ 고마우이. 친구
저.... 그런데 말일쎄...
실은 내가 좀 들은 말이 있는데...."
"무슨 말인가...?"
"저..... 얘기를 꺼내는 게 맞나 싶네만 뭔가 좀 맘에 걸려서...."
"걸리다니? 뭐가 말인가?"
"윤철이 말일쎄. 윤철이가 다치던 날....
여.... 과수원 주인 양반이 누구를 좀 봤다고 하던데..."
"누구라니?
그게 누군가?"
"그날 밤 웬 사내 넷이서 이 과수원에 있었다고 하더라고...
주인 양반이 과수원에 볼일이 있어서 석식을 마치고 과수원에 나왔었는데
웬 사내 넷이서 과수원에 있다가 저리로 내려갔다고......"
"그 네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는 겐가?"
"그것이.... 낯이 익는 듯도 하고 낯 선 이들 같기도 하고 그렇다 하던데...."
"가세나. 과수원 주인 분 좀 만나 봐야겠네."
윤석과 지만은 과수원 주인을 만나러 그의 집으로 갑니다.
"계십시꺼? 아무도 안 게십니꺼?"
"거~ 누구요?"
"접니다. 아제..."
"아~ 자네 왔는가?!!!
이 아침에 어인 일이가?"
"말 입니더... 일전에 말씀하신 거이...."
"와? 윤철이 일 땜에 왔드나?"
"예. 그날 보고 느끼신 것 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날..... 내가 채 마치지 못한 일이 있어가 여기 왔었는데
웬 사내 서넛이서 저 짝으로 걸어가던데
뭔가 두리번두리번 살피면서 가는 것이 하 수상터란 말일쎄."
"어~ 그날 나 그 형아들 봤는데?
우리 과수원에 뭐 갖다 놓고 갔어.
하부지가 뭐 갖다 놓으라 한 거 아냐?"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았던 아직은 어린 혁선이가 절뚝거리며 걸어오면서 말합니다.
손에 경련을 일으키며 어눌한 목소리로 힘들게 말을 합니다.
"그 형아들~ 사채꾼 똘마니들이야~"
"뭐? 혁선아~ 니 뭐라노?
확실히 본 기가?"
"내 봤다. 그 형아들이 같이 무거운 짐 들고 와가
저 짝에 놓고 굴렸다.
근디 형아들은 굴렸는디 사실 짐은 별로 굴러가지 않았다."
"그건 또 뭔 소리가? 뭐라카는데?"
"짐이 저 나무를 잡았다. 꼭 손이 있는 거 같았다."
순간 그곳엔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깨고 윤석이 물었다.
"저.... 그럼 그 사채 똘마니라는 형들이 누군지 아십니꺼?"
"그 거이.... 이 동네 사체꾼 아들이야 원체 많아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저... 혁신이라고 했지?"
혁선은 윤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입니다.
"혁선이는 그 형아들이 사채꾼 사람들인 거 어떻게 알았니?
"그냥~ 그냥 알지..."
"혁선아~ 그 형아들 어데서 봤드나?"
이번엔 지만이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음.... 엿공장~ 엿공장~"
집중이 흩어졌는지 혁선은 자꾸 딴 곳을 응시합니다.
"야가 뭐라카노? 별 것 아입니더... 귀 담아 듣지 마소."
"저 모두 몇 명이었어?"
"세명~ 네 명~
아니 다섯 명~~~"
다들 이 상황이 혼란스럽습니다.
"울 아 말은 너무 귀담아듣지 마소....
정확한 말이 아니데이..."
"이른 시간부터 실례가 많았습니더.
고맙습니데이..""
"들어들 가시게~"
"이겼어. 아저씨가 이겼어."
돌아가려던 두 사람은 다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봅니다.
"형아들이가 지고 아저씨가 이겼디."
"무~~ 슨 아저씨?"
"엿 공장 아저씨~ 엿 공장 아저씨가 이겼어."
혁선은 점점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지극히 옳은 증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석과 지만은 이상한 감이 들었지만 더는 실례를 할 수가 없어 찜찜한 마음으로 과수원을 내려옵니다.
"자네도 느끼고 있는 거지? 윤철의 죽음에 뭔가가 있다는 거?"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네."
"그니까 뭔가가 있네 그려."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있을지 몰라. 좀 더 알아봐야겠네."
"나도 좀 알아보겠네."
"고맙네....저...
부탁이 하나 있는데......
이 일은 우선은 자네와 나만 알면 좋겠네.
내 집과 공장 식구들을 이 사실을 몰랐으면 하네."
"걱정 말게나~ 여부가 있겠나"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거긴 아니지...."
윤석이 혼잣말을 합니다.
"자네 생각도 그런 겐가?"
"응, 무슨 생각 말인가?"
"역시 파출소에는 안 알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맞네. 일본 순사 쇼오타가 호시탐탐 내 집을 노리고 있네.
그 자에게 어떤 덜미도 잡히고 싶지 않네.
조금의 빌미도 주고 싶지 않아."
"내 입 조심 하겠네. 조용히 사건을 조사해 봄세."
"고맙네...."
서로 다짐을 한 두 사람은 공장을 향해 나란히 걸어갑니다.
과연 그날 밤~
윤철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