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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이루리 glory Aug 10. 2024

'본연의 모습 '을 찾아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자

얼마 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았다. 나는 기안 84를 좋아한다. 꾸밈없는, 날것과 같은 그의 모습에 묘한 끌림이 있었고 방송 프로그램을 하는 매우 바쁜 일정이었을 텐데도 연재만화를 마치고, 언제 그림을 그렸는지 개인 작품전까지 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어머니 지인의 아드님이 아기다. 낫기 힘든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 사인을 뭘 해줘야 할까 하다가 힘내라, 파이팅 이것도 이상한 것 같았다. 그래서 네클로버를 그려줬다. 상처가 되면 네 잎이 된다고 하더라. 희망이 되는 2024년이 됐으면 좋겠다"  

작년 기안 84가  MBC 연예대상을 받았을 때 했던 말이다.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있을까. 상처 위에 새살이 돋 , 아픈이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길 바라는 따뜻한 울림이 있는 수상소감이었다.


기안 84가 했던 프로그램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태계일주> 인도 편이었다. 그는 속옷 몇 개와 옷가지를 허름한 가방에  집어넣고 무심한 듯  어깨에 둘러매고  인도 여행을  떠난다.

삶과 죽음이 께 하는 갠지스 강에서의 장례식을 보면서 그는 깊은 상념에 고, 배에서 우연히 만난 인도 부부의 초대로 결혼식게 된다. 최대 5일까지도 열린다는 인도의 화려한 결혼식 문화. 기안84는 결혼식장에 마련된 스테이지에서 하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흥에 겨워 도륵 춤을 춘다. 그의 모습에서 나는 내일의 걱정 따윈 잊고 순간을 즐기고 심취하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았다. 기민하고 맹렬한 스텝은 아니어도 뜻밖의 해방감을 맛볼 수 있는 자유의 몸짓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기안 84는 바라나시에서 뉴델리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한다. 안내도 없고 오직 기다림만 있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기차역. 출발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기안 84는 길바닥에 누워 오침을 하며 느긋하게 기다린다. 옆에 돗자리를 깔고 누운 현지인들보다 더 현지인 같은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알고 입는

내가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자'라는 주제를 생각하며 기안 84를 떠올리는 이유는, 그가 자기 모교인 수원대학교에서 학생들한테 한 강의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강연 후 여학생이 질문을 했다. "대인 관계가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에 대한 기안 84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 학교 진짜 좀 무서웠다. 한 번은 점심시간 때 친구들이 나만 남겨두고 자기들끼리 점심을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데 그때는 미칠 것 같더라."라고 힘들었던 심정을 토로했다.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혼자서 잘도 다닐 것 같은 그에게도 외톨이처럼 남겨진다는 것은 잊지 못할 상처가 되었나 보다. 하지만 그런 시절이 더 도움이 된 거 같고 지금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었다면서 힘들어하는 후배를 다독였다. 


"누구나 다 김연아와 손흥민처럼 될 수는 없으니 열심히 하라고는 말은 못 하겠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골라야  것 같다... 그리고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돈은 꼭 필요하더라."

참으로 현실적인 답변이다. 후배들 앞에서는 무게를 잡고 싶고 성공한 모습을 자랑하고 싶을 텐데 숨기고 싶은 부분까지 솔직히 드러내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나만의 타일, 나만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갖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한다. 우리는 '나'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기안 84의 말처럼 김연아와 손흥민처럼 되고 싶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겠지만 나는 그들과 시작부터 다른 사람이다. 본질이 다르다. 그들처럼 살기를 바라지 말고 '나만의 색깔'을 찾으며 나한테 어떤 옷이 가장 잘 어울리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나도 아직까지 찾는 중이다. 30,40대에는 나보다 뛰어난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서 찾으려 했다면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기 위해 애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복잡한 생각들을 떨쳐내며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훈련을 하는데 글쓰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 나는 '호모 스크립툼'이다.(글 쓰고 문학하는 인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문학 작품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나의 색깔은? 하늘색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평화를 지향하고 어지럽고 화가 나는 상황을 가능한 피하고 싶어 한다. 잘 안 받는 색깔은 카키색과 회색이다. 원래 좋아하는 색깔이 아니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그 색깔을 얼굴에 대면 사람이 빈곤해 보이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공장지대에 있는 것 같을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옷의 중류는? 외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내적, 외적 균형을 이룬 모습이 체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내 옷장에는 원피스가 많다. 아래, 위 갖춰 입는 게 번거롭기 때문에 편하게 걸치나갈 수 있는 원피스를 주로 선호한다. 그리고 폴리 재질보다는 면이나 마, 리넨 재질의 옷을 좋아한다. 피부에 합성섬유가 와닿는 차갑고 매끄러운 느낌이 싫다. 요즘에는 단정한 슬렉스에 하얀 리넨 남방을 주로 입기도 한다. 땀 흡수가 잘되고 실내 냉방이 되어 있을 때 더 효율적이다. 장식이 많은 것을 좋아했던 예전에 비해 점점 장 느낌의 단아한 차림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나의 신앙생활과 가족이다. 삶의 1순위이며 다른 어떤 것도 대체불가이다. 내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도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어느모로 보나 활동적이거나 도전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내가 할 일들은 다 챙겨서 한다. 내 삶의 영역 안에서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기원하므로 큰 욕심은 없다. 일을 빨리 처리하는 편이지만 전력을 다하지는 않는다. 쉬면서 무리하지 않게 하기를 바라고, 나름 완벽을 추구하는데 빈틈이 많다.

남에게 잘 보이기보다는 내가 만족하는 게 먼저이고 남을 그렇게 잘 챙기지는 못한다. 좀 이기적인 편인 것 같다. 흥이 많은 편이지만 분출할 데가 없어 꽁꽁 숨겨두고 있으며 모험을 좋아하지 않고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했을 때 적응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닌 것 같다. 눈치 없이 행한 일들이 지금 돌이 보니 꽤 많다. 그래도 모든 일에 가능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것을 싫어하고 안 하고 싶어 하는지 정리가 조금은 되는 것 같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 장점, 혹은 성향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나요?  당신은 누구인가요?


내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야  험난한 세상 속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다.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나만의 스타일을 계속 찾아나가야  이유다.

네 안에 있는 것을 깨운다면 그것이 너를 살릴 것이요,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너를 죽일 것이다.  -1945.토마스 복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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