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과학고를 선택했을까?
나는 과학고를 과학이 좋아서 보다 좋은 대학을 쉽게 가고싶다는 도둑놈 심보로 선택했다.
시작과 끝을 만들어 브런치에 글을 써내려가고 싶진 않지만
어쩔수 없이 연대기 적으로 글이 시작될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때, 나는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 수업후 남아서 보충수업을 듣곤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학급 부진아였으며, 내가 수학을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 공개되는 수학시간이 싫고
두려웠다.
두려움. 양날의 검과도 같이 두려움은 나를 자극시키기도 갉아먹기도 했다.
쪽팔리는게 두려워서 수학공부를 했고,
이상태로 중학교에 가면 더 크고 깊은 공부량을 소화하지 못할거란 생각에 쫓기듯 선행학습을 시작했다.
그렇게 두려움은 자라나
중학생의 나는 먹고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국사회에서는 좋은직장을 가져야, 그러려면 좋은 대학을 가야, 그러려면 좋은 수능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순식간에 단정짓고는 '수능공부를 하지 않아도 좋은 대학을 수월하게 갈 수 있다.'는 얘기를 주워듣곤 과학고 진학을 위해 뼈를 갈았다.
뻐를 갈았다니 무슨 그렇게 까지 할 일인가 싶은데 당시 전지전능한 누군가가 나타나 지금의 너는 당장 무엇이 필요하냐, 라고 물었다면 충분한 수면과 걱정없이 노는 시간, 호탕한 웃음을 낳을 수 있는 무언가의 즐거움 이라 서스럼 없이 답했을 것 같다.
과학고를 가기 위한 시간들은 결코 즐겁지 않았다. 내가 원해서 한다기 보다 어쩔수 없이 막연한 미래의 불안감과 걱정으로 버텨내기 위한 시간들이라 느껴졌고 그렇게 나는 묵묵히 500개씩 누적되는 영어단어를 학원선생님의 매질이 무서워서 외우고, 모든 중학교 교육과정을 다 외워버리면 1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험기간이 되면 서점에서 산 참고서들의 문제들과 교과서의 문제들, 내용들을 모조리 외워버리기 위한 새벽을 지세우고, 또 지세웠다.
그 기간은 너무나 외롭고 힘들었다. 사회나가보면 먹고살기가 더 힘들다는 말도 이해는 가지만 그당시의 나에게 사회는 혼자 지세우는 새벽과 벗어나지 못하는 학교와 학원의 굴레속에 더해지는 약간의 체벌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