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험, 노력에 대한 의심
과학고에서 친 첫 시험의 성적은 처참했다. 중학교에서는 100점을 기준으로 틀린개수를 체크해서 점수를 매겼다면, 고등학교에서는 0점을 기준으로 부분점수라도 받은 문제의 점수를 쌓아나갔다. 대게의 학생들이 그런 과정을 겪으니 너무 낙담하거나 상심하지 말라는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의 말이 돌았지만 지금돌아보면 첫 시험 성적, 아니 첫 입학 순위의 순서가 그대로 유지되어 대학진학의 결과로 나타났던것 같다.
첫 시험 후 인문계로 다시 돌아가는 학생들도 있었고 나 또한 그런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여기 들어오기 위해서 노력한게 얼만데’하는 본전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였다. 인문계를 간다고 해서 내가 과학고에 합격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중간에 포기해버리는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쉽사리 내려놓지 못했다. 당시 나에게 과학고는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고, 과학고를 졸업하지 못하면 대학도 잘 못가서 먹고살길이 막막해보였다.
첫 시험을 겪고 두번째 시험, 세번째 시험을 준비할때도 시험범위를 온전히 모두 공부하고 치지는 못했다. 대게는 일부 과목은 공부하지 않고 시간을 확보해서 선택과 집중하는 방식의 전략을 취하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일단 내가 무슨과목을 좋아하는지 선택하기가 어려웠고 낮은 시험성적과 넓고 깊은 공부는 과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트렸다.
한번은, 학원을 가는 부모님 차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적도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할줄 아는게 없는것 같다.‘ 그런말이 입밖으로 나올만큼 막막한 심정에서 나에대한 깊은 고민의 나날들이 이어졌다. ’이런 상태로 대학을 가서 더 깊은 공부를 하면 또 4년이 괴롭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교내 백일장에서 상을 받고 영어성적이 그나마 잘나오는 나를 본 일부 선생님들은 ’외국어 고등학교를 가야하는 학생이 진로선택을 잘못한것 같다.‘는 이야기 까지 하셨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