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네 좁은 거실에 제법 큰 수조가 하나 더 늘었다.
키우던 구피가 알을 깠는지 한 수조에는 좁쌀만 한 새끼들이 가득하다.
연신 땀을 흘리며 스포이드로 조심스럽게 찌꺼기를 없애고 있다.
등치에 어울리지 않는 섬세함이 낯설다.
어미들이 있는 다른 수조에는 어디서 사 왔는지 수초로 바닥을 채운다.
산수 모양대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고는 걸작을 만들었다는 듯 얼굴에 거만 끼가 돈다.
다른 편 홈바 에는 와인병 대신 위스키 병이 가득하다.
Highlands가 어떻고 Speyside가 어떻고 유식을 떨면서 요즘 젊은 트렌드는 싱글몰트 위스키란다.
맥캘란이나 글렌피딕 같이 흔히 본 술병도 있지만 처음 보는 술병이 더 많다.
제법 비싼 거라며 자랑을 한다.
반쯤 차있는 술병들이 많을 걸 보니 꽤 즐기나 보다.
스트레스를 이걸로 푸나 공감도 가지만
이걸 다하려면 시간과 돈과 정성이 엄청날 텐데. 소는 누가 키우노?
큰 아이는 바가지도 없다.
아이들 키우기 바빠서 인지, 무던해서 인지 참 착하다.
둘은 천생연분이다.
재작년 말, 집 고친다고 밖에 내놓았던 바이텍스 나무가 추위를 타서인지 일 년 내내 비실거린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던 둘째 아들이 거의 포기하나 싶더니
특단의 조치로 가지치기를 하고 반토막을 낸다.
그래도 겨울 내내 회생할 기미가 없다가
지성이면 감천인지 제법 입사귀가 올라온다.
기고만장해서 엄마를 불러낸다.
가지를 칠 때는 여기를 잘라야 새순이 돋고 어쩌고.
나무 하나하나의 이름을 구별하고 특성을 얘기하는 꼴이 신기하다.
프라이팬 손놀림도 수준급이다.
집에 둘이 남아있을 때 뚝딱 만든 파스타에 자꾸 손이 간다.
혼자 지낸 총각생활에 이골이 났나 보다.
라테는 부엌에 들어가면 뭐 떨어진다고 했는데
이제 나 같이 남자일 여자일 구분하는 사람은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되었나 보다.
작은 아들은 본업에 충실하다. 같이 살지만 얼굴보기 쉽지 않다.
일요일 아침 둘째 아이를 영상으로 만나는 시간은 그래도 제법 길다.
톤 높은 목소리, 웃는 모습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작은 아들의 못 듣던 새 소식도 덤으로 얻는다.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