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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세베리아 Oct 30. 2022

11. 밑바닥

불효녀

"잘 지내?" 그는 잠시 후 답장을 보내왔다. "응.. 잘 지내. 너는?" 나는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그가 내 앞에 숨 쉬고 있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일 줄이야.... 떨리는 손으로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그는 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호텔 매니지먼트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것은 국가공인 자격증이며 그것을 따서 아빠에게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뜻을 보여드리고 독립해 보일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아직도 나를 위해 위해에 와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하루 이틀 우리는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나는 그의 마음이 둥둥 떠내려 가는 튜브처럼 멀어진 것을 느꼈다.  어리석게도 그것을 놓치면 죽을 거 같았기에 나는 튜브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는 이 시험에 합격해서 해천만 호텔 임원직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위해에서 내가 지원을 해줄 테니 내게로 와 주라고 설득했다. 시험에 합격하면 우리 같이 더 좋은 직장을 찾아보자고도 했다. 그는 아직 나와의 미래를 고려해보고 있었는지 알겠다고 그쪽으로 가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도 말했다.


나는 매일 그가 내게 와주는 상상을 하였다. 심지어는 그를 닮은 예쁜 아이도 낳고 싶어졌다. 제대로 미쳐가고 있는 것을 알긴 알았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멈출 수가 없었다. 보고 싶다고 조르며 나를 보러 와주지 않겠냐고 물었고 그는 이번 주엔 수업이 있어서 갈 수가 없다고 했다. 대신 다음 주중으로 나를 보러 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주가 되자 그는 매니저들 승급 심사가 있다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렇게 또 하루 이틀이 지났고 나는 구멍 뚫린 튜브 위에 간신히 매달려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을 달라 말한 그는 며칠 후 시험에 집중하기 위해 오늘 상사에게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이 믿기지가 않아서 정말이냐고 그럼 이곳에 올 수 있는 거냐고 계속 물었고 그는 나에게 직원들이 자신의 송별회를 열어주는 사진을 보내주었다.


내가 그런 그의 결정에 기뻤던 이유는 그를 위함이 아닌 오로지 그와 함께 하고픈 내 욕심을 위한 것임을 나는 알았다. 내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던 그가 내가 또 변심을 할까 봐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챘다.


하루는 그가 깨진 유리병을 붙이는 방법을 아느냐고 물었고 나는 깨진 조각을 다 쓸어 담아 유리를 녹인 다음 다시 새 유리병으로 주조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믿음에 대해서 물어봤던 것이고 나는 불구덩이에 들어가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그를 설득하고 설득했던 것이다.


드디어 그가 위해에 오기로 한 날이 되었다. 나는 그를 만나서 힘껏 안아주고 싶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에게 와준 그가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아껴줄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에게 상처받을 가족보다 그로 인해 상처받은 그보다 내가 먼저였다.


나는 터미널에서 그를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이미 알고 있었듯이 그는 오지 않았다. 나는 전화를 걸었다. 그는 아직 집이고 출발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예전만큼의 나와 미래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나에게 상처 줄까 봐 두렵다고 했고 사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나는 애원했다."우리가 오늘 헤어지는 날인 거 나도 잘 알아.. 근데 나 너와 이렇게 전화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 우리 제발 얼굴 보고 헤어지자..."  그는 내 얼굴을 다시 보면 자신이 무너질 거 같다고 이해해달라고 했다. 나는 그가 너무 비겁하다고 여겨졌다. 나는 새벽이 올 때까지 아무도 없는 터미널에서 집을 잃은 어린아이처럼 새파랗게 질려 온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나는 그대로 여름방학을 맞이하였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은 전화도 잘 안 하고 한국에도 오지 않는 딸이 잘 지내는지 궁금해 위해로 나를 만나러 오셨다. 나는 그날 밤 한국 핸드폰을 바닷속에 던져버렸기 때문에 카톡도 안 되는 구형 공기계를 구입했다.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나는 이별 후 망가진 내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제일 좋은 집을 빌렸다. 다행히 그 집에 살고 있는 선생님 가족들이 잠시 한국에 들어가는 시기와 맞물려 집은 쉽게 구할 수가 있었다.


첫날 우리는 화샤청 공연을 보러 갔다 그 공연은 탁 트인 야외 강변 배 위에서 보는 공연이었는데 배가 360도로 돌면서 달라지는 무대를 즐기는 것이었다. 화산이 폭발하고 주인공이 말을 타고 산에서 내려오고 홍수가 마을을 휩쓸어버리는 규모가 큰 공연이었다. 첫날 나는 그렇게 부모님 들게 내 기분을 들키기 않고 가까스로  하루를 넘겼다.


문제는 다음날부터였다. 아침부터 물 한 모금 잘 넘기지 못하다가 우리는 마트에 같이 가게 되었는데 멍하니 딴생각을 하다 그만 슈퍼에서 먼저 나온 나는 점원에게 붙잡힌 부모님을 보지 못한 채 한참을 터덜터덜 걷다가 부모님이 따라오지 않자 서둘러 돌아가 점원에게 영수증을 보여주고 붙잡힌 부모님을 데리고 나와야 했다.


온천을 다녀온 그날 저녁 엄마는 내게 왜 첫날부터 지금까지 나사 빠진 사람처럼 행동하는지를 물었다. 나는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나를 오해할까 봐서 Jason의 이야기를 잠깐 말씀해드리면서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거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니 내가 좀 이상해도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내 말을 듣자 엄마는 "그까짓 중국 남자 차라리 잘됐다! 연애를 해도 말도 안 되는 연애를 했니?"라고 하셨다.... '그래...'   '역시 우리 엄마다...'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나를 보러 중국에 오신 부모님에게 땅바닥을 치는 찌질한 모습을 선사해드리고 공항에서 부모님을 배웅해드렸다. 엄마는 "너 때문에 여행이 재미 하나 없었다"라며 볼맨 소리로 투덜거렸으며 마지막으로 아빠는 "나도 내 딸 마다하는 사람들에게 너 보내기 싫다. 그리고 부모들이 반대하는 결혼은 하는  아니야"라고 하시면서 날 안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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