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봄비 내리는 날, 친구와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다. 내리는 비를 피하며 말없이 웃음을 나누었다.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시작된 만남은 마치 선물 같았다. 바로 헤어지는 게 아쉬워 근처 카페에 들러 달콤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마셨다. 그 공간 안에는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마음의 온기를 느끼며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나눴다. 비 내리는 날 신호등 주위에 우산이 옹기종기 모여 나란히 걸어갔다. 비 내리는 날의 수채화처럼.
전에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비 내리는 날, 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보니 제법 운치 있었다. 비를 머금고 있는 초록 잎의 싱그러움은 안구 정화했다. 일정표에 맞춰 자유롭게 탐방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모두 우산을 펼친 채로 공원에서 마주쳤다. 서로를 도와 비를 피하며 말없이 웃음을 나누었다.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주위를 살펴보니 화단에 활짝 핀 소국, 안개가 자욱한 바다,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잠자리, 자유로운 영혼처럼 날아가는 갈매기, 저 멀리 떠 있는 배가 보였다. 쉴 세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풍경을 담기 위해 주위에 서서 한 바퀴를 돌아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며 어린아이처럼 자연에 동화되었다.
초여름 가족과 함께 월미도에 갔다. 우산을 들고 딸의 손을 꼭 잡고 산책을 즐겼다. 안개가 뿌연 하늘에 갈매기가 날아다녔다. 주위를 살펴보니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에서 ‘각자의 삶을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했다. 귓가에 차오르는 빗소리와 거리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감미로웠다. 비 내리는 날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우리는 사랑과 연결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며 서로를 지켜주었다. 근처의 식당에 들러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딸랑딸랑 문소리가 들리자, 강아지 한 마리가 반가운 듯 우리를 반겼다. 하얀 털이 솜사탕처럼 풍성했다. 눈이 인형처럼 똘망똘망 귀여웠다.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바삭바삭한 해물전, 바지락이 우려낸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했다. 창밖에 맺힌 물방울과 그 사이로 비치는 바다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카페에 들러 향기로운 카페라테 한 잔을 마셨다. 서로에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우산은 비 내리는 날의 분위기와 감정도 연결되어 있다. 날씨가 흐려서 걱정했는데 늦은 오후에 소나기가 내렸다. 거의 도착할 무렵 딸에게 연락했다. 저 멀리 반대편 길에 한 대의 버스가 신호를 대기 중이었다. 승강장에 도착해 버스의 문이 사르르 열렸다. 비 오는 날에 빛의 속도로 누군가 우산을 펼치는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딸이었다. 엄마처럼 그에게 안전하게 보호받는 느낌이었다.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함께 비를 피하는 순간은 감정적인 연결된다. 종종 우산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 작은 보호막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줬다. 마중 나온 그에게 고마웠다.
초봄이었다. 새벽에 세차게 비가 내렸다. 병원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혹시나 걱정했는데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잠시 후 동생에게 온 문자를 확인했다. 갑자기 온몸이 정지되었다. 시간이 멈춘듯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정신없이 갔다. 그 힘겨운 시간을 견뎌온 누구보다 강인했던 엄마를 생각하며 무사하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하염없이 비 내리는 날, 엄마는 우리의 곁을 떠났다.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기억할거야.
우산은 비 내리는 날의 삶의 순간을 품어주는 보호막이다. 사랑과 이별이 연결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며 서로를 지켜준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삶의 의미와 소중한 사람의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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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오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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