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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Dec 15. 2024

첫눈

소설연재




  첫눈이 내렸다. 그날 아침, 수현은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었다. 평소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작은 기쁨이, 첫눈과 함께 되살아난 듯했다. 그는 따뜻한 코트를 입고, 장갑을 끼고는 공원으로 나섰다. 거리의 하얗게 덮인 나뭇가지는 눈꽃을 피우고, 발 아래에서는 부드러운 눈이 삐걱거리며 소리를 냈다. 거리는 한적했고, 간간이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따뜻한 외투에 목도리를 두른 채, 눈을 맞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공원에 들어선 수현은 세상이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듯한 광경에 마음이 설렜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코끝이 시리지만, 그 속에 담긴 따뜻한 설렘이 그를 감싸 안았다. 눈송이는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지며 그의 어깨 위에 부드럽게 내렸다.

  공원의 나무는 눈의 무게에 눌려 고개를 숙였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얼어붙은 호수는 투명한 유리처럼 반짝였다.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고, 그들의 웃음소리는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수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이런 눈이 내리던 날, 친구와 함께 눈싸움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첫눈을 맞으며 오래전의 특별한 추억을 떠올렸다. 그 기억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몇 년 전, 그는 대학 시절 가장 친한 친구인 민준과 함께 공원에서 첫눈을 맞이했다. 그날도 하얀 눈이 조용히 내렸고,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눈이 쌓인 길을 걸었다. 민준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눈덩이를 만들어 수현에게 던졌고, 그 순간의 기쁨을 잊지 못했다.그들은 함께 눈사람을 만들며 웃고, 서로의 소원을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의 우정이 영원하길"이라고 말했다. 수현은 그 말에 깊이 공감하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주기로 했다. 그 날의 하얀 세상은 마치 그들의 우정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민준은 유학을 가게 되었고, 두 사람은 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졌다. 수현은 그날의 따뜻한 기억을 간직한 채 일상의 바쁨 속에서 잊고 지내던 중이었다. 첫눈이 내릴 때마다 그날의 웃음소리와 그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리움이 함께 밀려왔다.


  순간,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눈이 내리는 소리와 자신의 호흡 소리만이 들렸다. 그는 눈송이가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일상의 고민이 아닌, 소중한 기억이었다.

  그때, 한 아이가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공원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수현은 미소를 지으며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친구와 함께 눈덩이를 굴리며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삶의 작은 행복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수현은 한쪽 벤치에 앉아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때, 한 남자가 나를 지나쳤다. 그의 손에는 작은 강아지가 있었고, 강아지는 눈을 처음 보는 듯이 신나게 뛰어다니며 코를 파고들었다.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수현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서로의 눈빛 속에서 작은 연결고리를 발견한 듯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원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이들이 모여들었고, 모두가 첫눈의 마법에 매료된 듯 보였다. 수현은 그들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고 싶었다. 이 특별한 날이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수현은 눈이 쌓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공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눈의 조화,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가 그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

  그날,  공원에서의 산책을 통해 잊고 있던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첫눈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그에게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 순간, 앞으로의 삶에서도 이 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눈이 내리는 소리는 마치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는 듯했다. 수현은 깊은 숨을 들이쉬며, 이 순간을 마음속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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