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5 특별한 순간
학교 정문에서 끝자락에 위치한 ‘초록빛 북 카페’는 오래된 소나무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이었다. 이곳은 단순한 도서관 이상의 의미를 넘어 교육공동체와 소통하고 감정이 교류되는 공간이었다. 소희는 매달 둘째 주 월요일에 글쓰기 참여자가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모임을 진행했다.
어느 날, 소희는 새내기 한 교사를 만났다. 그의 이름은 지연으로, 최근 새로운 시작을 찾기 위해 이곳으로 왔지만, 여전히 마음 속 깊이 상처를 안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처음 뵙겠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이곳은 편안한 공간이에요. 마음을 열고 이야기 나눠보세요.”
첫 모임에서 지연은 자신이 겪었던 외로움과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도시에서 항상 바쁘고, 사람과의 관계가 피상적이었어요. 여기서는 그런 것이 다르게 느껴져요.”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소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지연에게 글쓰기를 권유했다.
“감정을 글로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은 마음을 치유하는 좋은 방법이에요.”
지연은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결국 카페의 한구석에 앉아 작은 노트에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인 자리에서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제가 어렸을 때 꿈꾸던 것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모임에 참여자는 그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솔직한 고백에 감동했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기 시작했다.
“저도 그런 기분을 느껴본 적 있어요.” 한 남학생이 말했다.
“글쓰기가 저에게 큰 힘이 되었어요.”
그날 이후, 지연은 그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겼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은 함께 성장해 나갔다.
마침내, 소희는 독서 모임 참여자의 글을 모아 작은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이곳의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의 열정에 다른 회원도 지지해 주었다.
책이 출간되고, 그들은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교육공동체가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이 가져다준 감정의 힘에 공감했다.
“이 책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담은 소중한 작품입니다.” 지연이 말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법을 배웠다.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초록빛 북 카페’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자리 잡았다. 그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나가며, 다른 이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했다.
*
첫눈이 내렸다. 겨울의 찬바람이 학교 1층 현관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바닥 위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며 은은한 빛을 발했다. 그곳에 우뚝 서 있는 나무는 마치 겨울의 수호신처럼 보였다. 나무의 가지는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반짝이는 얼음 결정이 달려 있었다.
학생은 매일 아침, 이 나무 앞을 지나며 소원을 속삭였다.
“이번 시험만 잘 치게 해주세요.”
“좋아하는 친구와 친해지게 해주세요.” 소원은 간절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무는 그 소원을 듣고 있는 듯 신비로운 존재였다.
그날, 특별한 북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었다. 교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소희는 학생과 함께 나무 앞에 서 있었다. 따뜻한 조명이 비추는 강당 안, 학생의 눈빛은 기대와 설렘으로 빛났다. 나무 앞에 서서, 그는 그들에게 소원의 힘을 이야기했다.
“소원은 단순한 바람이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죠.”
소희도 다가와서 소원을 나무에 적어 매달았다. 각기 다른 색의 종이에는 그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나무는 그 모든 소원을 받아들이며 더욱 빛났다.
어두운 강의실, 조명이 부드럽게 깜빡이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무대 중앙에 놓인 단상 위에는 새로운 책의 표지가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그 책의 제목은 “잃어버린 기억”으로, 작가인 소희는 오늘 이 자리에서 독자와 소통할 기회를 가졌다.
청중의 속삭임이 잦아들고, 무대 뒤에서 소희가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졌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를 응원하는 독자의 얼굴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그들 중에는 이 책을 통해 위로받은 사람, 감동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많은 분과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오늘은 제 책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질문도 받으려고 합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 주인공의 고뇌와 성장, 그리고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설명하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흥겨웠다. 청중은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반응이 그에게 힘을 주었다.
이윽고 Q&A 시간이 다가왔다. 손이 하늘로 치솟고, 그는 한 독자를 지목했다.
“작가님, 이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주인공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때로는 그 감정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제 자신이 힘들어지기도 했어요.” 진솔한 고백에 청중의 눈빛이 더욱 진지해졌다.
이런 소통이 계속되면서, 그는 독자와의 연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마지막 질문이 끝나고, 그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이 시간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무대가 어두워지고, 조명이 다시 밝아지며 그는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수갈채 속에 무대를 떠나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순간, 그는 작가로서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느꼈다. 또한, 팬과의 소통을 위해 사인회도 준비했다. 사인회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고, 짧은 대화를 나누며 개인적인 유대감을 형성했다. 팬은 작가와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작가는 단순한 저자가 아니라, 독자와 감정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북 콘서트는 그저 책을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라, 진정한 소통과 이해가 이루어지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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