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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Nov 12. 2024

잊히지 않는 선물

에세이

잊히지 않는 선물   





  “김치 잘 받았어. 고마워.”

  “그래. 맛은 괜찮아?”

  “최고야. 냄새만 맡아도 벌써 군침이 돌아.”

  초봄이었다. 집에 도착하자 문 앞에 택배가 놓여있었다. 동생이 갓김치를 보냈다. 알싸한 맛이 코를 찔렸다. 통화하면서 그 웃음소리가 어찌나 따뜻하게 들리던지, 마치 그 순간 엄마가 내 옆에 있는 듯했다. 김치 냄새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엄마는 늘 새벽 일찍 일어나 김치를 담그셨다. 김장철이 되면 온 집안이 배추와 고춧가루, 마늘 냄새로 가득 찼다. 그때는 몰랐지만, 결혼 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엄마의 그 손길 하나하나가 얼마나 정성이 담긴 것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엄마, 김치 잘 받았어요. 고생했어요. 덕분에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바쁘지. 그래도 몸은 챙겨야지.”

  순간 눈가가 뜨거워졌다. 엄마의 그 한마디가 가슴 깊숙이 박혔다. 엄마는 늘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셨고, 그 마음이 김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말 고마워요. 항상 나를 생각해 줘서. 엄마가 보내준 김치 먹고 힘낼게.”

  “그래.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더 보내줄게.”

  “응, 알겠어. 엄마, 사랑해.”

  엄마와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소소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사랑이 담겨있다. 통화를 마치고, 잠시 눈을 감았다. 김치통을 다시 열어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하는 감정이 차올랐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사랑의 맛. 그 안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김치를 먹을 때마다 짭조름한 맛과 함께 엄마의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비 내리는 날이었다. 퇴근 후 가까운 마트에서 장을 봤다. 신선한 야채와 두부, 참치, 양파, 오징어, 파, 새우, 부침가루, 막걸리를 샀다. 누군가는 비가 내리면 기온이 평소보다 낮아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 대사 작용이 더 활발해서 결국 소화 기능이 활성화되고 공복을 더 크게 느끼기에 기름진 음식이 다른 음식보다 먼저 당긴다. 비 내리는 날 오후 막걸리에 파전은 안성맞춤이다. 바싹거리는 해물파전을 부치고 묵은지를 꺼내서 김치찌개를 끓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정말 맛있어요.” 딸은 말했다. 엄마표 김치찌개는 멸치젓갈이 들어가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두부를 넣고 끓이면 맛이 일품이었다. 이 김치는 단지 김치가 아니다. 엄마가 내게 보내주신 잊히지 않는 선물이다. 그리운 당신의 정성이 가득 배어있었다. 그 정성을 먹으며, 엄마의 사랑을 느꼈다. ‘김치 담그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감사한 마음에 보고 싶어 안부 전화를 드렸다. 

  “엄마, 감사해요. 항상 바쁘게 지내느라 자주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해요.”

  “괜찮아. 네가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행복하니까. 김치 맛있게 먹고.”

  “고마워요. 엄마 생각하면서 잘 먹을게요. 사랑해요.”

  김치를 먹을 때마다, 그 시절 엄마의 사랑을 기억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 그것은 나에게 잊히지 않는, 그리고 언제나 따뜻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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