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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Nov 20. 2024

힐링

소설연재

힐링




   사무실의 형광등 아래, 연우는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보고서에 적힌 숫자가 마치 그의 마음처럼 흐릿하게 느껴졌다. 옆자리의 동료, 민수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오늘도 힘드시죠? 프로젝트 때문에 다들 바쁘네요.”

  “네, 정말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바다라도 가보세요. 힐링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 말에 연우는 마음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주말이 다가오자, 연우는 은우와 가까운 바다에 갔다. 작은 해변에 도착한 그는 차에서 내리며 깊은 숨을 쉬었다. 바다의 짠내와 시원한 바람이 그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와, 정말 아름답다!” 

  “바다의 색깔이 정말 매력적이네.”

  바다는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해안가를 스치며 하얀 물결을 일으키고, 그 물결은 부드러운 속삭임처럼 모래사장에 닿았다. 바다는 어둡고 깊은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으며,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가끔씩 비치는 햇살은 반짝이는 빛으로 바다를 감싸 안았다. 마치 희망의 조각처럼.

  해변에는 몇몇의 흔적만이 남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이들이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며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사색에 잠겼다. 바다의 파도는 잔잔히 밀려와, 마치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처럼. 그 소리는 아득한 시간을 이야기하며, 바다의 깊은 속에 감춰진 비밀을 속삭이는 듯했다. 


  잠시 후, 그들은 해변 근처의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요즘,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어?” 

  “사람들의 이야기야. 각자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지.” 

  연우와 은우는 대화 속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직장으로 돌아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그런 것 같지 않아. 그럼 바꿔봐. 삶은 네가 만드는 거야.” 

  연우는 그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맞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어.”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해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연우는 마음속에서 어떤 결심이 생겨났다.

  “좋아.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거야.”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모래사장 위에는 세찬 바람에 날리는 갈매기가 고독하게 떠돌았다. 그 모습은 겨울 바다의 쓸쓸함을 더욱 부각시켰다. 자연의 힘과 아름다움이 얽혀 있는 이곳에서 마음속으로 바다를 떠올리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그 순간,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해질 무렵, 다시 돌아갔지만, 바다의 경험이 그에게 준 용기를 잊지 않았다.

  “프로젝트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예전처럼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네, 이제 새로운 꿈을 위해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책과강연 #소설 #연재 #작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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