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채근담 09화

채용 10년, 위기의 순간들

채용 10년, 근근이 전하는, 이야기 9

by 사사로운 인간

채용을 10년 정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보려 한다. 경력이 특이하기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커리어의 60% 이상을 채용컨설팅이라는 외부인으로서의 채용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많은 순간 인하우스 리크루터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갈망 같은 것이 있었다. 컨설턴트로서의 삶에 변화를 본격적으로 결심한 어느 날, 제법 큰 항공사에서 채용기획 담당자를 뽑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망설이지 않고 도전했다. 다른 포지션에 묻지 마 지원도 없이, 헤드헌터의 도움 없이, 다른 비교 대안도 없이 시도한 도전치 고는 결과가 좋았다.


회사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인사팀 분위기도 좋고, 주변의 부러운 시선까지, 컨설팅하면서 꿈꾸던 생활을 이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 19'라는 예상 못한 암초를 만난다. 이 말도 안 되는 질병이 내가 속한 항공사, 항공업 전체에 준 타격은 상당했다.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다는 표현이 조금 더 맞는 것 같다. 해외 항공 노선이 하나씩 막히더니 국내 공항마저 폐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노선이 막히니 조종사, 승무원, 지원 인력이 남아돌고, 인원이 남으니 자연스레 돌아가면서 쉬어야 하는 상황이, 얼마 가지 않아 필수 인력 제외하고 모두 쉬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수천 명을 책임지는 인사팀은 더없이 바쁜 상황이었다. 휴직 계획, 지원금 신청 등 위기 대응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야 회사가 일정기간 연명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채용담당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회사가 위기에 봉착하면 인사담당자 중 채용, 평가, 교육 담당자들의 역할이 사라진다.
국가지원금을 받는 기간 동안은 채용을 할 수 없기에 업무가 사라지고, 예산을 줄일 때 가장 손쉽게 하는 방식이 직원 교육 예산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가, 승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인사업무를 멀티로 경험한 동료들은 손이 부족한 곳에 한시적으로라도 같이 업무를 하지만, 채용만 경험한 나는? 참담했다.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데 도움이 될 만한 역할이 없다. 간접적으로 경험한 인사평가, 피드백 면담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평가 면담, 평가 자체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도 이 과정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전자계약서를 도입하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상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기획했으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더 이상 이 회사에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시 내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았고, 현재 그 회사에서 나의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사사로운 인간의 채근담]
회사 전면에 나서 사람을 영입하는 사명감 높은 업무를 하다가 회사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순식간에 역할을 잃어버릴 수 있는 참으로 롤러코스터 같은 직무가 '채용'입니다. 채용담당자로서의 최대 위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대부분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가진 고민은 아닌가요? 그 역할을 할 수 없을 때를 상상해보면, 지금 고민이 별거 아님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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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모두가 원하는, 아무나 못하는 채용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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