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사로운 인간 May 07. 2024

22년 8월, 새로운 가족이 찾아오다

장거리 출퇴근 서사

마스크가 일상이 된 지 2년여 기간이 되는 시점즈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아내가 감사하게 건강한 여자아기를 순산했고, 이 새로운 실체가 우리 집 안에 찾아오면서 일상의 공기가 많이 달라졌다.

기쁨에 심취해 모든 걸 이 감동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예상은 빗나갔고, 새로운 차원의 힘듦이 있는 인생국면으로 발을 접어들었다.


1시간 반을 주기로 먹고 자고를 반복하고 그 중간에 먹은 것을 토하고 싸는 패턴을 가진 이 신생아는 나의, 더 정확히는 아내의, 잠을 완전히 뺏아갔다. 5시간 잠을 자야 생활이 가능했는데 이마저도 3번을 쪼개어 자니 정신이 온전할 리가 만무했다. 둘 다 잠은 늘 부족했고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몸마저 얽매이는 상황이 되어버린 아내에게 나는 또 다른 짐짝이었다. 평소였으면 그냥 지나칠 사소한 집안일 하나하나 간섭을 받으며 지속하지 못할 것만 같은 결혼생활을 불안불안하게 이어갔다.

예민한 나를 닮은 아기는 분유마저도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고 해외직구한 첨가제 없는 100% 목초지에서만 키운 젖소의 분유만 겨우겨우 소화해 냈다(실은 이름도 성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먹는 것도 이러니 자는 것은, 또 다른 것들은 오죽했겠는가.

지나고 보니, 아기 낳고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또렷한 기억이 없다.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 부부에게도 남은 것은 다행스럽게도 아기와 함께 하는 사진뿐이었다. 왜 다들 사진을 찍는지는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다행이자 불행으로 코로나가 일상이 되며 그간 지원해 주었던 회사 출퇴근 택시비가 끊겼다. 그렇게 나의 장거리 출퇴근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고,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신분당선이 9호선 급행과 바로 연결되는 신논현역으로 연장되어 10분 정도 퇴근시간이 준 것이다.


이전 10화 전직원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회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